지난주 동부에서 일어난 어느 노인부부의 동반자살이 미국사회에서 커다란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6년 동안 치매를 앓고 있는 아내를 정성을 다해 간병해온 남편이 권총으로 아내를 사살한 다음 자신도 목숨을 끊은 것인데 종교적인 면에서는 치매환자에게 사랑이란 이름으로 인위적인 최후를 강행할 수 있느냐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는 3월30일자에서 이 노부부의 동반자살을 아름다운 사랑의 스토리로 다루었는데 치매환자를 간호하고 있는 노인 배우자들과 그 가족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불러 일으켜 찬반 댓글이 376개나 밀려드는 이변을 낳았다.
화제가 되고도 남는 것이 부인을 사살한 남편 찰스 스넬링씨는 펜실베이니아 주 공화당 재정위원장을 지냈으며 부시행정부에서는 워싱턴DC 공항관리단 이사장을 지낸 이름 있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는 뉴욕 타임스 오피니언란의 객원 칼럼니스트로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부인을 자신이 어떻게 간병하고 있는가를 지난해 12월 칼럼으로 쓴 후 모범남편의 상징으로 존경받고 있었다.
그는 이 칼럼에서 “우리의 결혼생활 61년 중 아내는 55년 동안이나 헌신적으로 나를 뒷바라지 해왔다. 이제는 내가 아내를 뒷바라지 할 차례다. 6년 동안 치매환자를 돌보는 것을 나는 괴롭게 여기지 않으며 간병을 통해 전보다 아내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해 여성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었다. 그런데 마지막을 동반자살로 마감한 것이다. 동갑내기인 스넬링씨부부는 대학생인 20세에 결혼하여 81세에 생을 마쳤다.
스넬링씨의 부부 동반자살이 논쟁의 대상으로 부각되자 5명의 그의 자녀들이 성명서를 발표했는데 “아버지의 행동은 어머니에 대한 깊은 사랑과 헌신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아버지를 적극 옹호했다.
치매문제는 노인들에게 남의 일이 아니다. 80세가 넘으면 4명중 한명 꼴로 치매에 걸리는 것으로 통계가 나와 있다. 배우자중 한사람이 치매를 앓으면 간호하는 배우자의 고통이 보통이 아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탈진상태에 이르는 것이 치매간병이다.
자식들에게도 주는 부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치매와 건망증의 차이는 치매는 단순한 기억상실이 아니라 정신질환이라는 점이다. 치매환자는 난폭해질 수도 있다.
WHO의 발표에 따르면 평균수명이 80세인 경우 질병 없이 사는 건강수명은 71세로 나타나 있다. 그렇다면 노인이 되면 누구나 5년-10년은 병에 시달릴 각오를 해야 된다는 말이 된다. 이때 과연 자신의 삶의 반려자가 누구일까. 자식일까. 그건 나 자신이 부모에게 어떻게 했는지 돌이켜보면 저절로 답안이 나온다. 생의 마지막에서 나의 진정한 반려자는 배우자 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평균수명이 길어진다고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다. 건강수명이 길어져야 행복한 삶이다. 그리고 늙어 갈수록 부부간에 애정이 절실한 문제로 등장한다. 왜냐하면 두 사람 중에 누군가 한사람은 앓게 되고 그 어려운 시간의 반려자는 배우자 밖에 없기 때문이다.
스넬링씨의 동반자살은 그것이 옳으냐 그르냐의 시각에서 따지기보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시대의 문제점과 늙으면 믿을 것은 배우자 밖에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 시켜 주었다는 점에서 교훈적으로 받아들일 만한 케이스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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