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기관이나 학술단체에서 해마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를 선정하는 것을 보면 으레 덴마크가 1위를 차지하거나 또는 3위 안에 들어간다. 지난해 포브스 잡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에도 덴마크가 1위에 올랐었다. 그런데 복지연구로 잘 알려진 영국의 레세스터 대학이 최근 선정한 가장 행복한 나라 순서에 또 덴마크가 1위로 선정 되었다.

여왕이 통치하고 여수상이 정부를 운영하는 인구 550만의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니 장하고 기특해 보인다. 어제 서울에서 열린 세계 핵안보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키가 늘씬한 미녀의 여수상과 악수하는 장면이 눈길을 끌었는데 그가 바로 덴마크의 여수상 헬레 토르닝 슈미트 총리다. 슈미트 총리는 회의에 앞서 판문점을 단독으로 시찰해 북한 경비병들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덴마크는 왜 항상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의 톱 명단에 들어가는 것일까. 국민소득이 높아서? 덴마크의 GDP는 미국과 비슷한 5만8,500달러 수준(2010년도 기준)이다. 그런데 미국은 행복한 나라 순위에서는 15위나 20위에 속한다. 한국은 보통 50위선을 뛰어 넘는다.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니까 한국국민 10명중 3명은 한번쯤 자살을 생각한 것으로 생명보험재단 통계가 밝히고 있다. 이 정도면 한국은 행복한 나라는 둘째 치고 우울증을 앓고 있는 국가에 속한다. 삶의 만족도가 한국인은 53%인데 덴마크 국민은 93%다.

행복한 나라가 되려면 국민이 행복하게 느껴야 한다. 덴마크 국민은 세계에서 세금을 가장 많이 낸다. 수입의 60퍼센트를 국가가 세금으로 가져간다. 대신 실직하면 받던 봉급의 80퍼센트 정도 노조와 정부가 실직수당으로 지불한다. 대학교까지 무료교육이고 건강보험도 무료다. 그러면 놀고먹는 사람이 대다수를 차지해야 할텐데 전혀 그렇지가 않고 국민들이 열심히 일하는 쪽을 택한다는 데에 덴마크 국민의 다른 점이 있다.

덴마크인들은 자신들을 우스개 소리로 표현할 때 ‘2명만 모이면 노조를 만드는 국민’이라고 말한다. 모든 직장인들이 노조에 가입한다. 단체 활동을 좋아하는 것이 덴마크인의 특성이기도 하다. 국민 100명당 단체에 가입하지 사람은 2명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러면 이 노조가 기업주와 사사건건 부딪치느냐. 전혀 그렇지가 않다. “국가가 잘되는 길이 회사가 잘되는 길이다. 회사가 잘되면 나도 잘되기 마련이다.” 이것이 덴마크인들의 사고방식이다. 대표적인 예로 덴마크의 노조는 기업의 글로벌화를 적극 찬성한다. 자신들의 일감이 해외로 빠져나가는데 조금도 불평을 않는다. 덴마크의 실업률은 3.5퍼센트에 불과하다. 기업이 외국에 공장을 차리더라도 국가가 돈만 벌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철저하다.

이같은 덴마크인의 생활철학은 교육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른바 ‘위대한 평민 기르기’로 불리는 자유교육이다. 아이들에게는 더 많은 교육보다 더 많은 삶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국가는 국민이 스스로 자기의 길을 찾는 것을 도와주는데 교육의 중점을 두고 있다. 학교에서시험도 없고 성적발표도 없으며 낮12시면 수업을 끝내고 오후부터는 과외활동이다. 직장에서도 능력만 따지지 학력을 묻지 않는다. 도로공사 인부들도 화이트칼러직 못지않게 존경 받는다. 빈부의 차이도 별로 없다. 국가가 국민훈련에 막대한 예산을 부어 넣으며 교육의 질에 전력을 기울인다.

어느 나라보다 국민훈련이 잘된 나라 - 이것이 덴마크가 해마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뽑히는 이유다.


<이철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