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23일 신정아 자전에세이 ‘4001’가 출간되어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 진열되어 있다.작은 사진은 신정아씨 <사진=연합>
미국 연방법원은 26일 ‘신정아 가짜 학위’ 사건과 관련해 동국대와 예일대가 벌이고 있는 소송에서 지난 달 10일 내린 약식판결을 뒤집어 예일대의 ‘무모하고 악의적인 행위’가 없었을 뿐만이 아니라 ‘부주의’도 없었다는 재심판결을 내렸다.이는 예일대가 지난 달 17일 법원의 약식판결에 이의를 제기하며 제출한 재심신청에 따른 것으로 사실상 동국대의 판정패나 다름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연방 커네티컷지방법원은 지난 달 10일 신씨의 학위확인 과실에 대한 동국대의 손해배상소송을 각하해 달라는 예일대의 요구를 심의한 결과 ‘무모하고 악의적인 행위’(reckless and wanton conduct)를 했다는 동국대의 주장에 대해서는 기각 결정했으나 ‘명예훼손’(defamation)과 ‘부주의’(negligence) 혐의에 대해서는 배심재판을 받도록 판결한 바 있다. 법원은 그러나 이 판결에 이의신청을 제기한 예일대와 예일대의 이의신청에 대한 반론을 제기한 동국대의 주장을 재심한 결과 약식판결의 오판을 인정하고 예일대의 부주의 혐의 자체를 추가로 기각한 것이다.
법원은 또 명예훼손 부분에 있어서도 동국대가 주장한 ‘정부 지원금’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지정 신청 탈락’에 따른 손해배상 요구도 역시 예일대의 주장을 받아들여 기각했다.따라서 법원은 애당초 동국대가 5,000만 달러 이상의 피해를 주장하며 예일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3개 혐의 중 2개 혐의를 기각하고 나머지 1개 혐의인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도 배심재판을 통해 손해배상 요구가 가능했던 4개 경제적 피해 중 2개만을 허용해 배상금 청구 가능 범위가 크게 축소됐다.
동국대 소송
동국대는 2008년 3월 예일대 측이 신씨가 예일대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고 잘못 확인해줌으로써 그를 미술사 교수로 채용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며 연방 커네티컷지방법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동국대는 소송에서 예일대에 ‘무모하고 악의적인 행위’, ‘부주의’. ‘명예훼손’ 등 3개 혐의를 적용하고 그에 따른 4개 경제적 피해와 8개 비경제적인 피해로 5,000만 달러 이상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동국대는 경제적인 피해로 ▲정부 지원금, ▲동문과 기업들의 기부금, ▲법학전문대학원 지정 신청 탈락, ▲명성 회복 비용 등을 들었다.또 비경제적인 피해로는 ▲우수고객서비스상 후보에서 실격, ▲동국에 대한 한국 검찰의 수사, ▲입시지원율 감소, ▲입학생 등록 거부 증가, ▲학생 만족도 저하, ▲교직원 및 교수직 지원 감소, ▲교직원 및 교수 만족도 저하, ▲졸업생 취업 기회 축소 등을 들었다.
약식판결
동국대의 소송에 맞선 예일대는 재판을 위한 준비절차인 양측의 ‘증거확보’(discovery) 및 ‘선서증언’(deposition)이 끝난 뒤 지난 해 8월 약식 판결을 법원에 신청했으며 동국대는 같은 해 9월 예일대의 약식판결 신청에 대한 반대 신청을 제출했다. 예일대는 법원에 동국대가 소장에서 주장한 3개 혐의 모두에 대한 기각을 신청했으며 동국대는 기각 신청에 반대한 것이다.
그 결과 터커 L. 멜란콘 판사는 2월10일 약식판결에서 예일대의 기각 신청의 일부는 허용하고 일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멜란콘 판사의 약식판결은 예일대의 주장을 받아들여 동국대의 소송에서 ‘무모하고 악의적인 행위’ 혐의를 기각했으나 ‘명예훼손’과 ‘부주의’ 혐의는 배심재판에서 진위 여부를 가려내도록 명령했다.약식판결은 단 ‘부주의’ 혐의에 있어서는 배심원이 예일대의 ‘부주의’ 판결을 내릴 경우 동국대가 소송에서 주장한 경제적, 비경제적 피해 등 총 12개 피해에 대한 배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반면 ‘명예훼손’에 있어서는 4개 경제적 피해에 대한 배상만을 요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또 이 4개 경제적 피해와 관련해서도 ‘명성 회복 비용’과 관련 동국대가 요구할 수 있는 배상금액을 동국대가 이미 제3자에게 지불한 금액과 제3자와 체결한 계약에 따라 재판 최종 판결 이전까지 지불한 금액으로 제한했다.
즉 명성 회복을 위한 기간 및 비용 지출을 추상적, 또는 미래에 지급될 예상 비용이 아니라 재판 종결 시점까지로 정해 실질적 손해 배상금액에 제한을 둔 것이다.하지만 멜란콘 판사의 약식판결은 비록 동국대의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을 경제적 피해 사례들로 제한했음에도 불구하고 동국대가 예일대의 ‘부주의’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경제적, 비경제적 피해를 모두 배상받을 수 있도록 가능케 해 동국대의 승리로 풀이됐다.
재심판결
그러나 예일대는 지난 달 17일 법원의 약식판결에 대한 재심신청을 제출했고 동국대는 같은 달 29일 예일대의 재신신청에 대한 반대 신청을 제출했다.예일대는 ‘명예훼손’과 ‘부주의’ 혐의 각해를 기각한 약식판결의 오판을 주장하며 재심을 요청한 것이고 동국대는 재심을 반대한 것이다.이에 멜란콘 판사는 양측의 주장을 심의한 뒤 26일 재심판결에서 예일대 주장의 일부를 허용하
고 일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멜란콘 판사는 재심판결에서 동국대의 ‘명예훼손’ 혐의에 따른 ‘정부 지원금’ 피해 부분과 ‘법학전문대학원 지정 신청 탈락’ 피해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 주장을 기각하고 더나가서 ‘부주의’ 혐의 전체를 기각했다.
따라서 오는 6월로 예정된 배심재판에서 배심원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 예일대가 동국대의 명예를 훼손했는가의 여부만을 판결하게 됐으며 배심원들이 만일 실제로 명예훼손 판결을 내린다고 해도 동국대는 그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동문과 기업들의 기부금’ 감소에 대한 구체적인 금전 피해와 배심원들의 최종 판결이 내려지기 이전까지 제3자에게 지불한 ‘명성 회복 비용’, 그리고 배심원들의 판단에 따른 이 같은 피해에 대한 ‘징벌적 배상금’(punitive damage
award) 등만을 판결 받을 수 있게 됐다.이는 애당초 동국대가 주장하며 제기한 수천만 달러 손해배상 소송의 실제 배상금이 동국대의 승소로 이어지더라도 극히 제한된 배상액 소송으로 종결될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주목된
다.
한편 법원은 26일 배심재판을 위한 배심원 선정을 6월4일 갖기로 하고 본 재판은 같은 주 또는 그 다음 주인 11일 시작하기로 확정지었으며 만일 본 재판을 앞두고 동국대와 예일대가 합의에 도달 할 경우 즉시 법원에 통보하도록 명령했다.<신용일 기획취재 전문기자> 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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