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 게이츠 재단 캠퍼스가 대표적 직원들의 업무능력 극대화가 목적
▶ 탁 트인 공간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근무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 본부에서 행정 담당 간부로 일하는 마사 초이가 가장 이상적인 근무 장소로 여기는 곳은 그의 개인 사무실이 아니다. 그보다 그는 거대한 중앙 통로에 설치된 좁고 긴 테이블에서 일하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전면이 유리창으로 된 그곳에서 일광을 마음껏 즐기고, 멀리 내려다보이는 멋진 풍광을 즐기며 일을 한다.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는 사적 공간이 아니고 조용한 것도 아니지만 랩탑에 모든 자료를 챙겨 그곳에 자리 잡으면 영감이 마구 솟아난다고 그는 말한다.
시애틀 지역 시의원으로 일하다가 이 재단으로 온 초이는 건축 설계 당시 꽤 많은 의견을 제시했다. 목적은 재단의 1,000명 직원들이 제각각 다른 종류의 일들을 잘 적응하며 해낼 수 있도록 다양한 공간을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각자 일하는 모드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거기에 맞추도록 공간을 디자인 했습니다.”
빌 게이츠 재단 본부 건물 설계는 MBBJ가 맡았다. 시애틀에서 주로 활동하는 직원 700명의 건축회사이다. 전 세계 회사 사무실들을 두루 연구해온 이 회사는 21세기 작업장에 대한 많은 아이디어들을 결집해 게이츠 재단 본부를 설계했다.
21세기 사무실의 주된 개념은 다음과 같다. 우선 웅성웅성, 대화소리나 소동 같은 것으로 적당히 소음이 있는 것이 좋다. 개인 사무실을 비롯, 계급을 표현하는 장치들은 문제가 있다. 경비 절감을 위해 직원 당 공간을 줄인다 해도 그로 인해 작업 환경이 질적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높아진다.
일광을 최대한 많이 들어오게 한다. 직원들이 오다가다 우연히 만나면서 그로 인해 창조적 에너지가 생성된다. 그리고 한자리에 붙박이로 있지 않고 움직이며 일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런 첨단 분위기의 사무실은 갑작스럽게 등장한 추세가 아니다. NBBJ 조사에 의하면 미국 사무실 공간 중 2/3는 현재 일종의 개방 형태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이런 형태의 사무실 디자인이 고용주의 공간과 돈을 절약해주는 반면 사무실 직원들은 소떼같은 느낌을 가질 수가 있다. 여기에 어떻게 인간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낼 까가 관건이다.
이에 대해 시애틀이 시험관 역할을 하고 있는 데 거기에는 그럴만한 몇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시애틀에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험해볼만한 자금이 엄청 많이 있다.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젊고 혁신을 잘 받아들인다.
격식 보다는 격식을 차리지 않는 것, 그리고 자율과 평등주의에 높은 가치를 두는 지역 문화가 있다. 직원들은 오랜 시간 높은 압박감에 시달리며 일을 하더라도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면 참지만 함부로 취급된다고 느끼면 절대로 참지 않는다.
물론 빌 게이츠 재단 사무실처럼 영감이 솟는 멋진 환경은 드물다. 우선 대부분의 고용주들은 사무실 분위기를 쾌적하게 만들기 위해 쓸 돈이 그렇게 많지가 않다. 캠퍼스라고 지칭되는 빌 게이츠 재단 본부는 공사 비용이 5억달러나 든 건물이다. 그중 빌 게이츠 부부가 개인적으로 기부한 돈이 3억5,000만달러이다.
경쟁에서 이기자면 최고의 아이디어들이 나와야 하고, 사무실 환경이 아이디어의 인큐베이터가 될 수 있다는 발상이다.
NBBJ의 사옥은 건평 3만8,000평방 피트의 중간 높이 빌딩 두동으로 되어있다. 이 건물에는 개인 사무실이나 큐빅이 하나도 없고 끊임없이 웅성웅성하는 소음이 있다. 사람들은 가만있지 않고 수시로 움직이며 여기 저기 모여서 소그룹을 이룬다.
시애틀의 자산 관리 회사인 러셀 투자사 사옥 역시 비슷한 분위기. 지난 2010년 10월 NBBJ 설계로 건축된 건물에 1,000명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 회사의 이전 사옥은 12층의 전통적 건물이었다. 간부들의 개인 사무실이 가장자리로 배치되고 가운데에는 일반 직원들의 큐비클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모습이었다. 지금 이 회사는 5개 층만을 사용하고 있다. 개인 사무실은 하나도 없고 사장 책상도 줄지은 다른 직원들 책상과 같이 배열되어 있다. 파란색 아크릴에 장난스럽게 ‘사장실’이라고 쓰인 팻말이 우뚝 솟아 있을 뿐이다.
새 사옥으로 회사는 돈을 절약했다. 이전 사무실 건물보다 직원 당 공간이 30% 줄었다. 하지만 직원들은 새 분위기에 90%가 긍정적이다. 자연 채광을 최대한 활용한 설계 덕분에 우중충한 시애틀 분위기를 견뎌낼 만하고, 웅성웅성 거리는 소음으로 인해 자신들이 회사의 일원으로 뭔가 성공적인 일에 기여하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고 한다.
회사 직원들 중에는 자기 책상이 없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매일 출근하면 비어있는 책상을 차지해서 그날 일을 한다. 전망 좋은 자리, 자기 팀과 가까운 자리가 물론 제일 인기가 있다. 내근보다 외근을 많이 하는 직원들이 있고 보면 빈 공간을 내버려 두지 않고 활용되게 함으로써 회사는 절약을 할 수가 있다.
직급의 상징이 될 만한 것들을 없애 버림으로써 얻은 것은 재능있는 숨은 인재들을 발견하게 된 것. 앞에 드러나지 않던 비공식 리더들이 빛을 발휘할 기회를 얻고 보다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방형 사무실 환경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들도 있다. 사람은 자기만의 공간을 갖고 싶은 본질적 욕구가 있다는 것이다. 각자 집을 갖고 있듯이 감정적 안전지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게이츠 재단 캠퍼스는 이런 부분에 대한 고려도 담았다. NBBJ와의 합의를 통해 공간의 60%는 개방형 40%는 폐쇄형으로 만들고, 혼자 있고 싶을 때 찾을 수 있는 다양한 공간들을 만들었다. 사람들이 각자 일하고 싶은 환경을 선택할 수 있게 하려는 배려이다.
시애틀의 노른자위에 위치한 12에이커의 게이츠 재단 캠퍼스는 부메랑 모양의 빌딩 두동으로 되어있다. 건물 외벽은 유리와 유럽산 석회암으로 되어 있고 조각과 분수가 드넓은 정원을 장식하고 있다.
이 특별한 건물과 관련, 디자인에 대한 찬사가 나오는 가하면 비영리 재단이 5억달러에 달하는 돈을 자기 건물에 쏟아 부은 데 대한 비난 또한 있다. 하지만 재단 측은 직원들이 정말로 힘들고 스트레스 많은 일에 매달리는 만큼 직원들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해줌으로써 생산성을 높이려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힌다. 설문조사에서 직원들은 캠퍼스에 대해 90%가 만족해하고 있고 86%는 영감을 주는 환경이라는 답을 했다. 89%는 건물 구조로 인해 직원들이 우연한 만남들을 가지면서 비공식적으로 공동 작업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대답했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