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회의원선거가 흥미진진하다. 부산 사상에서 문재인과 손수조의 대결은 코미디같이 보이지만 실제 내용은 대선작전과 연결되어 있다. 또 서울 강남을의 김종훈과 정동영의 대결은 FTA의 한판승부로 볼 수 있어 미주한인들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더구나 이번 총선을 지휘하는 여당과 야당의 사령탑이 박근혜 위원장과 한명숙 대표라는 점에서 한국정치가 여성리더십의 등장을 알리는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여성의 리더십은 남성의 리더십과 어떻게 다른가. 미국 여배우 샐리 필드는 TV연속극 ‘Brothers and Sisters’로 에미상을 받는 자리에서 “만약 어머니들이 이 세상을 다스린다면 전쟁 같은 것은 없을 것이다”라고 수상소감을 말한 적이 있다. 남자 리더들이 자신의 리더십을 전쟁을 통해 표현하려 하기 때문에 세계가 시끄럽다는 것이다. 여성이 집권하면 남자 집권 때 보다는 사회분위기가 부드러워지고 충돌을 피하는 쪽으로 가는 경향이 있는 것은 여러가지 실험과 통계에서 증명 되었다.
FBI통계에 의하면 남자가 사람을 살해할 확률은 여자보다 9배나 높으며 강도는 6배, 폭행은 7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또 탄자니아 곰베국립공원에서 원숭이들의 집단생활 실험결과 남자 침팬지들은 리더가 되기 위해 피가 나도록 싸우지만 암컷들만 모아 놓으면 서로 식량도 나누어 먹고 충돌을 피하는 것으로 증명 되었다. 미국에서 반전 데모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성들이다.
여성 정치인의 신화는 영국의 마가렛 대처수상이다. ‘아이언 레이디’로 불리우는 대처는 스커트를 입은 남자 정치인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영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수상이었지만 그는 ‘여성권리’ 운운을 싫어했으며 “정치에 남녀가 어디 있느냐. 여성도 실력과 원칙과 리더십을 갖추어야 유능한 정치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여성표 잃는 것을 겁내지 않은 소신있는 정치인이었다.
영화 ‘아이언 레이디’에서 대처가 각료들에게 야단치는 장면은 대처가 어떤 스타일의 수상이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이 영화는 대처가 치매증에 걸려 가끔 자신이 아직도 수상인줄 알고 있는 데에 포커스를 지나치게 맞추어 너무 흥미위주로 꾸며져 있다.
대처는 극좌 노동조합과 싸워 이긴 보수주의 정치인의 상징이며 영국의회는 그를 위대한 정치인 서열에 올려놓아 처칠에 이어 의사당 앞에 동상이 세워진 두 번째의 인물이다. 대처가 수상이 되던 1979년에는 여성하원의원이 27명에 불과했으나 그가 수상직에서 물러나던 1990년에는 43명이나 되었다. 대처의 리더십이 쇼 윈도우가 되어 사회 각 부문에서 여성들이 리더로 등장했으며 정계의 판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박근혜와 한명숙 두 사람은 모두대처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이끄는 2012년 총선은 한국정계에 ‘대처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여성 정치인 붐 시대가 열리고 있으며 이는 3김도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21세기 한국정치판의 새로운 그림이다. 또한 여당과 야당의 리더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여야관계도 전보다는 훨씬 부드러워지고 협조적일 가능성이 보인다. 부산 사상구에서, 서울 강남을에서 누가 당선 되느냐가 문제가 아니다. 박근혜 위원장과 한명숙 대표는 여성리더만이 보여줄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정치는 역시 여자들한테 맡겨서는 안 되겠군”하는 소리가 선거후에 나오면 두 사람이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이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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