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음력으로 윤달이 드는 해에 조상의 묘를 이장하거나 화장을 하는 풍습이 민간에 전해져 내려온다. 윤달에 조상의 묘를 손대면 좋다는 속설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불교계에서도 윤달이 드는 해가 되면 ‘예수재’라는 큰 법회를 봉행한다. ‘생전 예수재’라고도 하는 이 의식은 말 그대로 살아 있을 동안에 자신의 사후 세계를 위해 스스로 수행 공덕을 쌓아두는 것으다. 사후에 지낼 49재를 본인이 미리 지내는 셈이다.
불가에서는 참회, 기도, 보시를 하며 업장의 무게를 덜어내는 예수재를 통해 계율을 지키고 수행을 잘 하면 그 공덕이 밑거름이 되어 죽은 후에 다음 생에서 좋은 인연처를 만나게 된다고 여긴다. 이는 형식에 그치지 않고 선심을 심고 선행을 닦아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실하게 깨달으면 다음 생까지도 구제하는 ‘자력 천도’가 가능하다는 믿음과 관계가 있다.
윤달이 든 해인 임진년을 맞아 타운의 선각사(2790 W. 8th St., LA·213-503-0856)는 오는 25일(일) 오전 10시~오후 4시, 봉원사(213-255-1494)는 오는 4월14일(일) 오전 10시~오후 5시 LA 관음사(4279 W. 3rd St., LA) 대법당에서 서울 신촌 봉원사의 ‘어장 스님’(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영산재를 가르치는 스승)들을 초청해 보기 드문 예수재를 봉행한다.
선각사는 신촌 봉원사 주지인 일운 스님(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 준보유자)을 초청해 23일(금) 오후 6시30분 법회를 마련하고 24일(토) 오전 10시에는 약사여배불 점안식도 갖는다.
봉원사 예수재에는 역시 신촌 봉원사에서 원호, 청산, 처명, 동인, 법윤, 신덕 스님 등이 참석, 오랜 세월 익힌 화려한 범음 범패의 염불을 한다.
지난해 6월 포드극장에서 영산재를 시연하기도 했던 LA 봉원사 주지 청원 스님은 “과거 북가주 삼보사에서 예수재를 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아무나 범패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에서조차 이를 봉행하는 사찰들이 많지 않은데 아직 불자들의 관심이 그다지 많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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