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액수의 돈을 주어도 받는 사람의 반응은 ‘이나’와 ‘밖에’로 나누어진다. ‘만원밖에 못 받았다.’ 는 것은 불만이 있다는 표시이고, ‘만원이나 주셨다.’고 말하는 것은 만족에 찬 표현이다. 사전에는 ‘밖에’를 오직 그것뿐이고 더 없음이라는 뜻으로 뒤에는 반드시 부정하는 단어가 따른다고 설명하였다. 반면에 ‘이나’는 세 가지의 정의가 있으나 여기에서는 받침 있는 체언에 붙어 강조하는 뜻을 나타내는 조사라는 의미의 적용이다.
주석을 더 하나 추가한다면, 만족하는 사람은 100 달러를 10달러의 10곱절이나 된다고 하지만, 불만에 찬 사람은 1,000 달러의 10분의 1 밖에 안 된다고 투덜거린다. 전자는 입술 양 끝이 하늘을 향하고 있으나 후자는 입술 양 끝이 땅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에는 불만과 만족이 늘 반복되고 있다. 어린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선물하더라도 같은 것을 사주어야 평화를 유지한다. 나이의 차가 있다고 각각 다른 것을 주면 남의 밥에 있는 콩이 더 크게 보여 형제간에 서로 시기하고 싸운다.
언제인가 다섯 살이 된 친구 손녀에게 예쁜 옷을 생일선물로 주었다. 그랬더니 “이 옷과 함께 상자 안에 내가 원하는 장난감도 들어있으면 더 좋을 텐테...” 라고 하면서 빵긋 웃는 얼굴이 “옷 밖에 없구나.” 하는 불만의 표정이었다.물론 모든 현상에 예외가 있을 수 있다. 즉 경우에 따라서는 ‘이나’와 ‘밖에’가 모두 불만이 되는 경우가 있는 것을 언급하고자 한다. 이것은 주로 부부 싸움에서 볼 수가 있다. 부모님이 고국에 사시는데 이민 온 장남이나 독자 부부는 매월 생활비를 송금한다. 남편은 아내가 잔소리를 하기 때문에 400 달러 밖에 보내드리지 못한다는 넋두리요, 아내는 우리의 살림도 어
려운데 왜 400 달러나 송금하느냐고 바가지를 긁는다.
여기에 골프까지 겹치면 전쟁이다. 타이타니움으로 된 유명 상표의 골프채 우드 1번은 남편의 입장에서 보면 하나에 300 달러밖에 안 된다고 하지만 아내의 입장에서 볼 때 무슨 골프채 하나가 300달러나 하느냐고 대 공격이다. 우리의 삶에서 고독한 여자 한 사람과 외로운 남자 한 사람이 모이면, 수학자는 쓸쓸한 사람이 둘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한 쌍의 행복한 부부가 될 수도 있다는 주장을 하고 싶다. 비록 가난하더라도 만족한 삶을 즐기고 외로운 현실에서 서로가 위로해준다면 불만이 자취를 감추는 대신 만족이 뒤 따르게 된다.
인류의 역사를 통해서 때로는 변태적이고 비인도적인 행위로 만족하는 부류가 있다. 살인, 강도, 강간, 중상과 모략, 파괴, 비난, 불평, 원망, 사기, 허위증언 등을 일삼는 사람들이다. 극단의 이기주의자, 자기중심으로 남을 해치고 만족하는 사람들이다. 불만이 있으면 자기의 욕망이나 표준을 낮추어 보라는 교훈이 있다. 불교에서는 인생이 고행이며, 심신을 괴롭히는 만념인 번뇌도 그 원인이 탐욕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잡념을 머리에서 비우고 적선과 올바른 처세를 권한다. 세속에 물들지 않고 수행을 통하여 도통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
기독교에서도 이웃을 사랑하고 가진 것을 남 위해 구제하도록 권한다. 옛 말에 콩 하나를 먹어도 남과 나눠먹으라는 교훈이 있다. 높은 목표를 세우고 이것을 실천하여 성취하였을 때 만족하는 고상한 인격자가 되라는 가르침이다.
행복을 남과 나눌 수 있고 항상 ‘이나’의 인생관으로 ‘이나’의 입술 양끝이 하늘을 향한 삶이 된다면 그 이상 고매한 인품이 없으리라.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남에게까지 기쁨과 만족을 전해주는 귀한 존재가 될 것이다.
김기훈 <센트럴 커네티컷 주립대 경제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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