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브로커를 통해 운전면허증을 취득하려다 가족들과 생이별할 처지에 놓인 황경숙<본보 2월29일자 A3면>씨 구명운동이 진행되면서 한인 불법체류자들을 대상으로 독버섯처럼 퍼져 있는 운전면허증 알선 사기가 또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신분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불체자들의 불안한 심리를 악용해 행해지고 있는 운전면허증 브로커 사기는 당국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 줄기는 커녕 갈수록 기승을 부리면서 한인 이민사회를 피폐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부 한인들 경우 치명적인 범법자 신세로 전락시키고 있는가 하면 황씨 처럼 가족간 생이별의 고통까지 유발시키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피해사례=퀸즈 플러싱에 거주하는 이 모(32)씨는 얼마 전 시애틀에 거주하는 한인 브로커의 광고만 믿고 운전면허증을 따려고 했다가 현금 5,000달러만 날렸다. 항공기에 몸을 싣고 시애틀까지 가서 원정 면허취득을 시도했으나 브로커가 돈을 받은 뒤 갑자기 연락을 끊어버리면서 수포로 돌아갔던 것. 이씨는 “생계가 걸린 일이라 불법 인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믿고 맡겼는데 후회가 막심하다”고 한탄했다.
관광비자로 지난해 1월 뉴욕으로 입국한 박모(53)씨 역시 비자 체류기간에 맞춰 6개월짜리 면허를 발급받은 뒤 이후 브로커에게 2,000달러를 주고 면허를 갱신했다. 하지만 갱신한 지 3개월이 지나 같은 브로커를 통해 동일한 주소로 등록된 또 다른 한인이 경찰에게 운전면허증 위조로 적발되면서 박씨의 면허증도 취소가 됐다. 박씨는 확인결과, 자신 외에도 10여명의 사람이 동일한 주소로 면허증을 발급받은 사실을 알게 됐다.
■실태와 문제점=현재 뉴욕과 뉴저지 일원에 거주하는 불체 한인들은 주로 워싱턴주나 오리건주, 뉴멕시코주 등 운전면허 발급절차가 덜 까다로운 지역의 브로커를 통해 운전면허증을 편법으로 발급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불법 운전면허증 취득 움직임은 이민당국의 불체자 단속이 갈수록 강화되면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추세라는 게 이민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브로커 수수료는 대략 1,000~2,000달러 선이며, 신청부터 취득까지 기간은 약 2주에서 1개월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브로커는 한인 포털 사이트나 광고 전단지 등을 통해 얼마든지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문제는 브로커들이 제대로 된 설명 없이 ‘100% 취득을 보장한다’는 말로 현혹해 취득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브로커들은 운전면허증 발급을 빌미로 불체자들의 여권과 은행잔고 기록 등 신상정보까지 요구해 무분별한 신분도용에 의한 2차 범죄 피해까지 저지르고 있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인운전학원의 원장은 “브로커에게 불법운전면허증 취득을 의뢰했던 일부 한인들 중 신용사기 혐의까지 적용돼 가중처벌을 받은 경우도 있다”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점은 알지만 이에 대한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조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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