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3D시대에 무성영화가 작품상을 받다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무성영화는 대화가 없다. 따라서 연기와 표정으로 관객을 사로잡아야 하고 스토리가 단순하고 감동적이라야 관객에게 어필하는데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아티스트’(Artist)는 이 요건들을 다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예술성까지 지닌 영화다.
줄거리는 무성영화 시대의 수퍼스타가 유성영화 시대를 맞으면서 밀려나는 과정을 그린 것인데 뛰어난 연기 때문에 신파조의 스토리가 전혀 유치해 보이지 않는다. 유성영화 시대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보여주는 라스트신에서 남우주연인 장 뒤자르댕과 여우주연인 베레니스 베조가 추는 탭댄스는 화룡점정의 감동적인 장면을 펼쳐준다.
아카데미상을 받은 영화는 돈방석이다. 지금까지의 기록은 ‘타이타닉’(1998년 작품상)으로 6억 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 누가 작품상을 결정하는가. 5,783명의 아카데미 회원들이 표를 던져 결정한다. 이들은 누구인가. 주로 백인으로 60세 이상이며 베벌리힐스와 말리브 해변 근처에 사는 부자들이다. LA타임스가 조사한 통계에 의하면 백인이 아카데미 회원의 94%이며 그중에서도 남자가 77%다. 평균연령도 62세다.
흑인은 2%에 불과하다. 그래서 흑인이나 히스패닉, 아시안이 아카데미상을 받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인 것이다.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남녀주연, 감독, 조연 및 각 기술 분야의 수상후보 45명중 마이너리티가 한명도 없었다.
미국에서 흑인대통령이 탄생했지만 마이너리티가 발을 들여놓기 어려운 분야가 할리웃, 라스베가스, 나파 밸리의 와이너리 등이다. 이곳들은 백인왕국이다. 왜냐. 법으로 제한하지 못하는 친목단체 형식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백인들이 이심전심으로 마이너리티를 회원으로 끼워주지를 않는다. 한류바람이 아무리 불어도 할리웃이나 라스베가스는 넘보기 힘들다.
또 아무리 잘 만들어진 영화라 해도 LA에서 상영되지 않으면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를 자격조차 없다. 아카데미상 운영규칙 2항과 3항에 그렇게 못 박아 놓았다. 게다가 누가 아카데미상을 타느냐는 베벌리힐스 등 LA에 사는 고령의 백인 부자들의 손에 달려있는 것이다. 명실공히 LA는 영화의 메카다.
영화 ‘아티스트’는 감독(미셀 하자나비우스)과 주연 남자배우가 모두 프랑스인이지만 무대의 배경이 할리웃인데다 나이든 아카데미 회원들의 호감을 살만한 시대적 백그라운드를 지니고 있다. 지난해 작품상을 탄 ‘King’s speech’도 마찬가지다. 백인고령자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영화들이다.
할리웃 수퍼스타들은 미국사회의 귀족이다. 이들은 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파워도 막강해 대통령도 움직인다. 팝송가수들도 돈이 많지만 이들은 영화배우와는 급이 다르다. 헐리웃의 뒷이야기 ‘핑크 팰러스’를 읽어보면 베벌리힐스의 일류호텔과 로데오 상가가 영화배우들과 가수들에게 보여주는 예우에는 굉장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표현되어 있다.
할리웃은 리버럴하지만 아카데미상 심사위원들은 미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사람들이다. 외국인들이 아무리 영화를 잘 만들어도 이들의 눈에 들지 않으면 그저 그런 영화로 취급 받는다. 따라서 아시아 영화들이 세계적인 인정을 받으려면 아카데미상과 맞먹는 축제를 아시아에서도 탄생 시켜야 하며 한국이 그 무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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