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 만에 윌셔은행을 흑자은행으로 전환시킨 유재환 행장은 올해 한인은행 간 합병을 통한 대형화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장지훈 기자>
“장기적인 성장을 위하여 수익자산을 확보하고 인적 자본을 확충할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 지난 18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윌셔은행 유재환 행장이 ‘취임 1주년에 즈음하여’라는 제목으로 임직원들에게 띄운 편지의 한 대목이다. 올해 안에 인수&합병(M&A)을 통한 대형화에 나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대내·외 각종 대형 악재로 지난해 초반까지 주가 하락과 대량 적자를 내며 끝없이 추락하던 윌셔은행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유재환 행장. 두 달 만에 은행을 흑자로 전환시키고, 증자와 조직개편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취임 1주년을 맞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지난해 5월 감독국으로부터 받은 시정합의(MOU) 제재조치도 올 상반기 내에 벗어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지난 23일 윌셔은행 행장실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위기의 윌셔호’ 선장으로 키를 잡은 지 1년을 맞은 소감은.
▲숨 가쁘게 지나간 시간이었다. 취임하고 보니 은행의 상황이 말이 아니었다. 직원들의 사기는 바닥까지 떨어져 있었고, 취임 3개월 만에 감독국 제재조치가 들어왔다. 시장의 반응도 싸늘했다. 그러나 취임 전부터 계획해 온 일들을 하나씩 실행에 옮겼다.
임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소통과 보상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직원들이 힘을 내야 고객과 주주, 은행이 산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신바람을 내자 실적이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이 자기 맡은 역할을 다해 준 직원들에게 감사한다.
-어려운 시기에 행장으로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지난해 5월 1억달러 증자도 쉽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직원들을 떠나보내야 했던 순간이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다. 취임 당시 390여명이던 직원 중에서 20여명의 직원들이 은행을 떠났다.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이 있었지만, 은행을 위해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동안 막무가내 대출이 가능했던 구조적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처방해야 했기 때문이다. 대출심사와 영업을 분리한 게 바로 그 점이다. 내부 저항도 없 지 않았지만 보다 공정한 대출심사를 위해서는 그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이제 조직개편이 마무리되고 은행이 실적을 내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400여명 수준까지 직원 수가 늘었다. 그동안 움츠러들었던 조직이 활기를 띠고 있는 분위기가 여기저기가 난다.
-대형 BBCN 은행이 탄생하면서 시장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 윌셔의 전략은 무엇인가.
▲규모가 커지면 여러 가지 장점이 많은 게 사실이다. 자산이 늘어나면서 자금력에서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 이자율 경쟁에서도 단연 앞서 갈 수 있다. 그러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신속성이 떨어질 수 있는데다, 전산시스템 통합 등 아직까지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보인다. 우리는 BBCN이 완전한 합병이 이뤄져 본 괘도에 오를 때까지, 시장에서 마케팅을 강화해 고객에게 어필하려 하고 있다. ‘333’고객 서비스와 ‘은행장 핫라인 서비스’도 같은 선상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일선 지점에서 고객들의 반응이 뜨겁다는 보고가 계속 들어온다.
앞으로는 미 전역 주요 도시를 돌면서 고객들을 직접 만나 세일즈도 하고 ‘윌셔 알리기’에 더 노력하려 한다.
-하나금융그룹이 새한은행을 인수키로 했다. 향후 한국은행들의 움직임과 LA 한인은행들의 대응 방향은.
▲새한은행 내부의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대내외 악재 속에서 매우 힘들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하나 쪽도 미국시장 진입에 갈증이 심했다. 결국 서로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51% 인수까지 간 것이다.
개인적으로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이나 윤용로 외환은행장과 친분이 있어서 조언도 했다. 현지화와 파트너십을 특히 강조했다. 글로벌 전략이라는 깃발 아래에서 미국시장 진출을 원하는 한국 은행들의 애정공세는 계속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한인은행들의 실적이 꾸준히 개선되면 굳이 한국은행들에 저가에 넘길 동기는 사라진다. 차라리 한인은행끼리 서로 짝짓기를 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올해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우선 5월 안에 제재조치에서 벗어나고 싶다. 1년 만에 벗어나면 시장이나 투자자들의 시선도 보다 우호적으로 돌아설 것이다. 이미 그런 조짐이 여기저기서 관측된다. 얼마 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투자자 컨퍼런스에서도 매일 주류 투자은행 관계자 10여명과 만났다. 시장이 윌셔에 뜨거운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짧은 시간에 대형적자 문제은행에서 흑자은행으로 돌아선 비결에 대해 매우 궁금했다.
제재조치에서 벗어나면 다음에는 은행 대형화 추세에 맞게 합병에 관심을 기울일 계획이다. 시중 한인은행 중에서 합병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짝을 찾으면 적극적으로 합병에 나설 것이다. 이점에 대해서는 이사회와도 충분한 교감을 나눴다. 문제는 좋은 짝을 찾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일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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