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노인 3명 중 1명 우울증.. 10명 가운데 1명 자살 충동
퀸즈 플러싱의 한 노인아파트에 3년째 홀로 살고 있는 76세의 이모씨. 이씨는 지난해 추석이후 아직까지 손자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일자리를 찾아 타주로 떠난 아들이 바쁜 일정으로 새해 인사를 오지 못했기 때문. 딸은 멀리 서부에 살아 1년에 한 두 번 보는 게 고작이다.이씨는 “4년 전 부인도 떠나고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노인아파트에 입주했는데 외로움을 견디는 것이 가장 힘들다”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말동무가 돼 주었던 이웃 노인이
얼마 전 세상을 떠난 후 이제 속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도 찾기 어렵게 됐다. “솔직히 앞으로 얼마나 이런 생활을 반복하면서 고독을 견뎌야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가끔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최근 한인노인들의 우울증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이 씨처럼 외로움과 소외감으로 우울증상을 나타내는 노인들 경우 자칫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고 있다. 20일 뉴저지 팰팍에서 우울증을 앓던 80대 한인 할머니가 5층 아파트에서 투신해 사망<본보 2월21일자 A1면>한 사건 이외에도 지난 2010년 암 투병중인 뉴저지의 70대 한인남성이 자식들에게 ‘미안하다’라는 쪽지를 남기고 중풍을 앓고 있던 아내와 동반 자살했는가 하면 같은 해 브롱스에서 70대 한인남성이 자신이 거주하던 노인아파트에서 목을 매 숨지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에는 뉴저지의 한 요양원에서 80대 한인남성이 방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되는 등 최근들어 한인 노인들의 자살사건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뉴욕일원 한인가정 상담 기관·단체들에 따르면 전체 한인 우울증 상담 중에 60대 이상 노인들의 상담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의 30~40%로 이미 한인노인들의 우울증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사우스플로리다대학교의 장유리 노인학교수 연구팀이 지난 2010년 60~94세 미주한인 노인 47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한인노인의 34%가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 가운데 10명 중 1명은 자살충동 경험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인 노인들의 자살충동 문제는 대개 경제적 빈곤, 건강 악화 등으로 인한 우울증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최근 한인사회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소위 빈둥지 가족과 독거노인 가정도 깊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퀸즈칼리지 재외한인사회연구소가 작년에 발표한 퀸즈 한인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16.7%가 홀로 살아가는 독거노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 없이 부부 단둘이만 사는 빈둥지 가족 응답자도 39.6%를 차지, 전체 한인 노인 가정 중 46.3%가 자식과 떨어져 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 바 있다.
조소연 한미정신건강협회 부회장은 “노인들의 우울증을 막기 위해서는 가족들의 관심과 함께 스스로 적극적인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우울증을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노인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과 사회의 적극적인 관심이 요구된다”고 말했다.<조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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