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가 2월로 여왕 즉위 60주년을 맞았다. 올해 85세로 영국 역사상 최장수 왕이다. 아들인 찰스왕세자가 64세로 할아버지가 되어가는 데도 왕위를 물려줄 생각을 않고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재위 60년 동안 12명의 수상을 임명했고 찰스 왕세자를 비롯해 자녀 4명, 윌리엄 왕자 등 손자손녀 8명, 증손녀 1명을 두고 있다. 세상에 부러울 게 없는 행복한 사람이다. 돈 있지 명예 있지, 건강하지, 91세의 정정한 남편이 있지 뭐가 부러울 게 있겠는가. 다만 5복으로 치면 친구가 없어 4복을 가졌을 뿐이다.
그러나 엘리자베스 여왕에게도 시련이 있었다. 여왕은 1992년을 ‘내 인생의 최악의 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아들 찰스와 다이애나가 별거한데다 딸인 앤 공주가 이혼 했으며 앤드류왕자도 퍼거슨과 파경을 맞았고 거처인 윈저성에 불이 나 귀한 미술품들을 잃었고 독일여행에서는 다이애나 문제로 달걀 세례를 받는 모욕을 당했다. 더구나 다이애나비가 단독 인터뷰에서 남편과의 불화를 털어 놓으면서 자신의 외도도 솔직히 고백해 영국왕실의 체면이 바닥으로 떨어졌으며 왕정폐지 여론까지 일어나 여왕도 세금을 내는 계기가 되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20세에 필립공과 결혼하여 25세에 즉위했으니까 사적으로 단란한 부부생활은 5년밖에 못한 셈이다. 필립공은 남편이지만 공식행사에서는 항상 여왕의 5보 뒤에서 걸어야 하며 나란히 걷는 것은 의전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더구나 그리스-덴마크 귀족인 그의 성은 원래 글릭스버그인데 엘리자베스와의 결혼을 위해 마운트배튼으로 고쳤으나 자식들은 왕실규정에 의해 아버지 성을 따르지 않고 어머니 성인 윈저로 불리운다. 남편이지만 남편이 아니고 아버지이지만 아버지가 아니다.
언젠가 필립공은 “자식들에게 성을 물려주지 못하는 아버지는 이 세상에 나 혼자 밖에 없는 것 같다”고 왕실규정에 불만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찰스 왕자와 다이애나의 결혼은 필립공이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는 바람에 이루어졌는데 후일 다이애나가 휴잇 소령과 밀애를 한 사실이 들어나자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백화점 왕 알 파예드는 다이애나와 교통사고로 함께 죽은 자신의 아들의 비극을 필립공이 뒤에서 조정한 음모라고 끈질기게 주장해 왔다. 왜냐하면 다이애나가 무슬림인 자신의 아들과 결혼하면 다이애나가 회교도가 될 가능성이 있어 후일 윌리엄 왕자가 왕이 될 경우 영국정교 수장의 어머니가 무슬림이 되는 비극을 초래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교통사고는 최근 특별위원회에서 재조사한 결과 음모가 개재되지 않은 것으로 결론 났다.
여왕의 임무는 무엇인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다. 통치는 않으나 군림한다. 국가의 상징이다. 더구나 영국왕은 영국정교의 우두머리이기 때문에 그의 말 한마디, 몸 움직임 하나도 국가의 체면과 연결된다. 말을 극히 아끼며 감정을 나타내지 않는다. 소리 내서 웃지도 않고 아무리 슬픈 일이 있어도 울지 않는다. 특히 여왕은 자녀들에게 왕족은 눈물을 보이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여왕은 며느리가 잘못 들어오면 왕실이 어떤 고통을 겪는다는 것을 다이애나에게서 겪었기 때문에 손자 윌리엄 왕자와 결혼한 캐서린 미들턴만은 독대하여 직접 왕실예절을 가르치고 있다. ‘국민으로부터 존경 받는다. 사랑 받는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가 엘리자베스 여왕의 인생철학이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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