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디자인한 드레스 앞에선 이용남(오른쪽) 할머니와 리사 다미아노우 사장.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인정도 받고 돈도 벌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한번뿐인 인생인데 평생 일하면서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살아야지!”
정년퇴임 시기가 한참 지났음에도 올해로 50년째 드레스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이용남(75) 할머니의 말이다. 보통사람들 같았으면 일을 그만두고 노후를 즐기고도 남을 나이지만 이씨는 여전히 가장 먼저 회사에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한다. 이씨는 “이 나이에도 몸이 성하니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 아니냐?”고 반문하며 “아직도 내가 디자인한 드레스를 입고 좋아하는 고객들을 보면 하루하루가 새롭고 가슴이 뛴다”고 말했다.
이씨의 디자이너 인생은 24세가 되던 1961년부터 시작됐다. 한국에서 자유당 비서 등으로 일하던 이씨는 임신으로 일을 그만 둔 이후로 그저 자녀들에게 예쁜 옷을 입혀주고 싶은 생각에 의상 디자이너 일을 시작했다고. 이씨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낮에는 양장점에서 일하고 밤에는 야간대학교를 다니며 정말 열심히 살아왔다”고 회상하며 “솔직히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많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열심히 살아온 인생이 후회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씨는 국제 결혼한 여동생을 따라 1982년 미국에 도미했다. 영어는 많이 부족했지만 실력 하나만으로 퀸즈 우드사이드에 위치한 현재 직장에 취직했다. 이후 회사가 사정이 어려워져 몇 달간 월급을 주지 못할 때에도 끝까지 의리를 지키며 30년간 같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그 결과 10여명으로 출발했던 회사는 어느덧 70여명의 직원을 갖춘 어엿한 의류회사로 성장했다.
이씨는 아직도 꿈을 꾼다. 뉴욕주립대학교(SUNY) 패션스쿨인 FIT에 입학해 최신 디자인을 배우고 싶은 것. 이씨는 “오히려 힘들다고 집에서 쉬면 사람이 더 무기력해지고 늙는 것 같다”며 “특히 배움에 대한 갈망은 나이를 먹어도 끝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진로 문제로 고민하는 젊은이에게 “뭐든지 집중해서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면 반드시 성취할 수 있다”며 “내가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찾아서 즐겁게 일했듯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먼저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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