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의 일이다. 한국의 한 지방자치 단체장이 미국을 방문했다. 자매결연 차 방문한 자리여서 공식오찬이 베풀어졌다. 그 모임에서 한국의 단체장이라는 사람은 그런데 이렇게 말했다. “와보니 검둥이들이 우글우글하던데 무서워서 어떻게 사시는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인은 유색인종을 혐오하는가. 관련해 한국의 EBS 방송은 한 가지 실험을 했다. 백인과 동남아 국가 출신과 흑인 관광객을 각각 동원해 거리에서 영어로 길을 물어보게 한 것이다.
백인 관광객에 대한 한국인들의 반응은 상당히 호의적이었다. 영어로 길을 묻는 그에게 잘 못하는 영어지만 애써 친절하게 영어로 길을 가르쳐 주려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흑인과 가난한 동남아 국가 출신 관광객에 대한 반응은 극히 부정적이었다. 아예 모른 체 하고 지나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혹시 길을 가르쳐 주는 사람의 반응도 퉁명스럽기 짝이 없었다.
이 실험이 나오기 전후해 국제사면위는 세계 각국의 인권상황을 보고하면서 한국에 대해 이렇게 경고했다. “아시아지역 빈곤국가 출신 외국인에 대해 차별이 심한 나라가 한국이다.” 이는 그러면 저 멀리 떨어진 본국에서만의 현상일까.
“야! 호세야. 이리 와 봐. 이것 저리 치우고 저거 빨리 날라.” 완전히 반말이다. 거기에다가 짜증까지 섞였다. 주변에 사람이 있어도 막무가내다. 아무렇게나 불러대고 큰 소리로 야단을 친다. 그 짜증조의 명령에 라티노 종업원은 다소 어색한 웃음을 띠며 허둥댄다.
코리아타운 아무 곳에서 흔히 목격되는 장면이다. 조그만 마켓. 호세라는 라티노 종업원은 이것저것 허드레 일을 한다. 그 호세를 부리는 한인 주인의 언사가 편안한 날이 별로 없어 보인다. 심하게 표현하면 하인 부리듯 막말이 예사다.
“깜둥이, 깜씨, 숯장수 등 한국인이 흑인을 비하해 부르는 말은 10가지가 훨씬 넘는다.” 퍽 오래 전 LA카운티 인간관계 위원회가 발표한 비공개보고서(인종적 마찰을 우려해 일반에게는 공개하지 않았음)내용이다.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흑인 주민들 사이에 반한 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댈러스남부 흑인밀집지역에서 주유소를 경영하는 한인업주와 한 흑인 목사와의 시비가 그 발단으로, 자칫 인종간의 갈등으로 비화될 소지도 보이고 있다.
착잡한 심정이다. 걱정도 된다. 자세한 진상을 더 알아보아야겠지만 한인 업주가 ‘인종비하 발언’을 했다는 등의 말도 들려서다. 인종차별적 발언은 단순히 개인에 대한 범죄를 넘어 인종 범죄 수준에서 접근되는 게 요즘의 정서이기 때문이다.
한인 사회는 흑인과 라티노를 진정한 이웃으로 보고 있는 것인가. 우리 스스로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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