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갑헌 (맨체스터 대학 철학교수)
잘 살기 원치않는 사람이 이 세상 어디에 있으랴, 그러나 모두가 다 잘 살지 못 한다는 사실이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노자와 같은 중국 도교 사상가들은 잘 산다는 것을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 생활 속에 균형을 갖춘 삶, 스스로 만족하는 삶으로 정의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사상도 정리해 보면 차이는 있지만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스토아 철학파의 사상가들은 어떠한 환경 속에있던 최선을 다 하고 그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여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잘 사는 삶’으로 보고있다.
우리의 생활은 대체로 이지적인 면과 정서적, 육체적 , 그리고 영적인 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부분들이 우리의 삶 속에서 조화와 균형을 이룰 수 있다면 우리가 사는 환경에 별 상관없이 우리도 잘사는 삶,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이지적인 삶은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가장 독특한 요소일 것 이다. 이민자들의 숨가뿐 생활 속에서도 이지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자기 확신이 우선 필요하다.
이지적인 생활을 하려면 우선 영어를 자유롭게 말하고 쓸 수 있어야 한다. 매일 30분 정도를 영어공부에 투자할 의지가 있는가 하는 것이 문제이지만, 의지가 있고 목표가 확실하다면 한 두 해 안에 영어를 자유롭게 말하고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를 넘어서지 않는 한 우리는 미국에서 일등시민으로 자유롭게 살 수 없다. 감성적 혹은 정서적인 면은 우리 생활에 균형을 잡아주는 결정적인 요소이다. 가정생활이 화목하고 이웃이나 직장의 동료와 정상적인 사귐을 갖으려면 먼저 우리 자신의 정서가 건전해야 한다. 나이 먹어 눈밑에 잔주름이 짙어가는 마누라에게 ‘여보 당신 사랑해’라고 고백하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어렵지만 시간을 내어 자녀들과 같이 음악이나 스포츠를 즐길 수 있고, 커뮤니티 센터에 올라가 가끔은 자원봉사도 해야 할 것이다.
육체의 건강함이 중요한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일하는 사람들이 아침과 점심을 잘 먹고 저녁을 간단히 하는 것은 건강의 기본이다. 저녁을 푸짐하게 먹는 것은 놀고 먹던 양반들이나 유럽 귀족들의 게으른 습관이었다. 주말 골프도 적당하게 친다면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 이다. 몇 가지 운동 기구를 들여놓고 일정한 시간에 적당한 양의 운동을 할 수 있다면 나이와 별 상관이 없이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적으로 깊이있는 삶은 무신론자가 아니라면 모두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가치일 것이다.
영적으로 깊은 사람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아주 적었으나, 종교적인 사람들은 항상 많았다. 영성이 깊은 사람들은 도덕적으로도 완전한 사람들 이었으나, 도덕적으로 완벽한 사람들이 영적으로 깊은 삶을 산 것은 아니었다. 여기에 도덕적으로 바르게 사는 것과 영적으로 깊은 삶을 사는 것의 차이가 있다. 자연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일, 애환을 함께 나누는 일, 가난한 사람을 돕는 일, 삶의 의미를 깊게 명상하는 일 들은 깊은 영성을 향한 발걸음들 이다.
그러나 이것들은 삶의 목표와 계획과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의지를 전제로 한다. 그 안에서 조화와 균형을 이룰 때 우리가 잘 사는 삶,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증자는 하루에 세번 스스로를 살펴야 한다고 가르쳤다. 잘 사는 삶의 도에서 벗어날 위험이 언제나 있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는 스스로 살핌(examine)이 없는 인생은 살 가치가 없다고 선언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계획(plan)이 없는 인생은 그 인생을 살펴 볼 가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나이와 상관없는 일이다. 잘 사는 인생, 행복한 삶의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한 해가 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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