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덕광(원자력학 박사)
지난해 10월의 마지막 날은 동북부 커네티컷에 심각한 자연 재해가 있었던 날이었다. 예년 보다 철이 늦어 온 사방에 널려 퍼져 있는 오크 나무의 무성하던 잎들은 단풍도 시원찮게 대부분 나무에 붙어 있었다. 때아닌 16인치의 폭설이 새벽까지 내렸다. 그날 자정께는 장기간의 정전이 시작 되었고, 밤 1시경부터는 그 큰 오크 나무들이 하중을 이기지 못하고 사방에서 나무가 둥치채 빠지고, 큰 가지들이 꺾이는 소리가 요란하게 났다. 결국 2시경에는 아랫층 창문틀을 부수고 창문을 박살내며 큰 나뭇가지가 깊숙히 집안으로 처들어오며 눈발도 같이 들어오는 것이었다.
새벽녘에 나가 본 집 주위와 동네는 폭탄을 맞은 듯 어마어마한 양의 나무가 쓰러져 있었고 차로서 출입은 불가능 했다.피해가 없는 집이 거의 없었으니 3일을 기다려도 나무를 치워줄 콘트랙터를 구할 수 없었고, 급선무는 집 지붕의 일부를 파손하며 집을 뚫고 들어온 그 아름드리 오크 나무 가지를 끊어내는 것이었다.직접 잘라내기로 하고 우선 집 안 밖에서 가지를 잘랐고 찬바람의 유입을 막았다. 다음은 지붕 밑의 물받이를 부수고 비스듬히 걸려 있는 가지만 치면 이 큰 오크 둥치는 안전하게 집 옆으로 떨어 질것 같았다. 지붕의 밑 부분은 눈이 다 녹아 미끄럽지 않았고 조심해서 6인치 가지를 톱으로 반 정도 자르는데 나무둥치가 옆으로 기울더니 순식간에 둥치는 옆으로 쓰러졌고 딸려가던 지붕 위의 가지는 나를 쳤고 나는 26피트 밑으로 떨어졌다. 상상을 넘는 낙상을 당하게 되었고 처음 며칠간은 사경의 늪을 헤매는 지경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지난여름 뉴 헤이븐에서 있었던 ‘의미 있는 노후생활’이란 주제의 세미나에서 강사로 나온 예일대학의 한 노인병 전문의는 노인들에게 제일 위험하고 치명적일 수 있는 병을 유발 하는 것이 낙상이라고 했다. 어떤 이유로든 떨어지거나 넘어져 가뜩이나 약한 뼈를 다치게 되면 이에 연유되는 합병증과 후유증들이 매우 심각해 질수 있다는 것이었다. 통계 숫자까지 제시하며 항상 유의해서 조심하면 노인들의 삶의 질이 크게 향상 된다는 조언을 했다.
필자도 관여해서 열린 세미나였기에 여러 가지 제시된 사례들을 부지런히 적어 왔고 그래서 교회의 연만 하신 성도님들에게도, 다른 친구들에게도 몸의 중심을 잘 잡아 항상 낙상을 피해 보자는 말도 해 왔다. 불과 몇 달 전에 낙상 예방을 강조하던 필자가 이제 낙상을 당했으니 말과 행동에는 큰 괴리가 있었음은 물론이었다. 아무리 급해도 지붕위에 올라가 나무를 자른다는 생각은 신중하지 못했고 낙상의 여지가 많은 행동이었으니, 피해자라도 자가당착에 부끄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불행 중 다행히 머리 등 내상은 없었으나 다리, 골반, 손의 뼈가 부서지는 큰 외상을 입었고 수술 등으로 병원, 재활원에서 각각 장기간을 보냈으며, 평소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어 본다. 인생에 어려움과 괴로움, 시련을 겪어보고 다시 일어선 사람일수록 그 생명의 존귀함과 감
사를 더욱 느낀다는 말은 있다.
그러나 존귀함과 감사를 느끼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실천할 필요는 없다. 단지 생명을 건 이 시련을 겪은 사람의 경험에서 스며 나온 말은 한마디 한마디가 사람들의 마음속에 귀감과 교훈이 될 수는 있다. 필자의 시련어린 경험에서 나오는 말은 늘 자만하지 말고 신중하고 조심하는 행동으로 살아야 하며, 특히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 한인들에게는 과욕과 과신이 없는 차분함을 갖고 생활 하는 것이 낙상 방지에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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