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놀데의‘ 예언자’는 목판화인데 선승을 그린 김명국의‘달마도’와 닮았다. 기도하는 사람과 깨달은 사람의 모습이 가장 인간적인, 신 앞에, 삼라만상
앞에 우뚝 서 통찰하는 거인의 모습이다.
기계화되고 사물화되어 기계의 부속품처럼 소외되어 살아가게 된 현대인의 잃어버린, 내면이 깨어난, 자긍심을 지닌 인간의 모습이다. 놀데가 그린 인간의 모습은 절실하고 강인하다. 공포를 대면하고 있는 듯 하기도 하고 분노하고 있는 듯 하기도 하다. 신에게 호소하고, 갈구하는, 한 점으로 표현된 안광이 꿰뚫어보는 듯 절절하다.
2011년, 시위가 그치지 않았다.
이집트에서, 시리아에서, 월가에서 시위자들은 한 시대가 겪는 진통과 고뇌의 근원을 캐고 의문하고 시위해 왔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세상을 그들은 꿈꾼다. 한 시대가 그 시대의 문제점들을 개선해 나가지 않으면 다음 세대가 더 큰 문제를 떠안게 된다. 다음 세대엔 그들이 치러야 할 진통과 고뇌가 기다리고 있다.
자본주의 말기의 이 세대엔 금력과 권력을 지닌 자들의 탐욕과 부패가 팽배하고 급기야 월 가 점령이라는 운동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그들은 소수이지만 현대 경제구조의 부조리를 묵묵히 견뎌내어 온 99%의 의문과 분노를 시위하고 있다.
그들이 문제를 제시했다는 것에 상징적 의의가 있고 그 해결책에 대한 탐구는 이제 시작되었을 뿐이다. 예언자는 한 사람이 아니라 수백만의 침묵 속의 함성을 듣고 있기에 자신의 삶을 세계의 운명과 동일시하기에 가장 보잘것없는 인간과 초인의 모습을 함께 한다.
아랍세계에서, 세계의 구석구석에서, 가까이는 이웃에게서, 한 시대의 고뇌에 뛰어 들어 열망으로 간구하고 희생되기도 하는 모르는 사람들의 기도가 들리는 듯 간절한 눈빛이다. 자유와 평등, 정의를 꿈꾸는, 번뇌와 해방이 함께 한 인간의 모습을 그린 그림의 힘찬 획에 화들짝 정신이 깨어날 듯하다. 때로는 세계의 사태에 대한 회의와 의문에 괴로워하고 자신의 무능에 외로워 하지만 인간의 진정한 모습을 믿고 사랑한다.
어떠한 삶이건, 한 인생을 살아내는 모든 인간은 영웅이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듯하나 늘 나에게 소리치고, 일깨워 주고, 함께 깨어나 나아가자고
영혼과 양심을 뒤흔드는, 최루탄에 쓰러지고, 투옥되고 죽임을 당하기도 하는 형제들의 소리 없는 비통함과 함성은 나의 새벽을 깨우고 누군가 또한 깨
어있을 것이다.
저 힘차고 거침없는 한 획이 흐르는 선의 본질적 자유로움은 우리 자신의 삶의 본연의 모습을 보여준다. 공포와 분노를 드러내 대면하게 하고 자유와 이상을 표현해 깨어나게 한다.
2011년, 마지막 날들이 지나가고 있다. 수많은 형제들의 죽음과 열망으로 점철된 시위의 횃불이 더욱 활활 불타오르며 평화와 자유, 정의의 새로운 물결이 지구촌에 퍼져 나가길 희망한다.
숨죽인 듯, 얼어붙은 북한의 형제들에게도 가늠할 수 없는 그들의 침묵이, 서서히 해빙의 소통으로 변화해나가기를 또한 기도한다. 우리들에게는 굶고
있는 북한의 아이들에 대한 책임이 있다.
김명국의 달마는 보다 고요한 가운데 거침없이 자유롭다. 내가 즉 너라는, 오늘 나의 모습이 인류의 모습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가장 가까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활짝 깨어나 타자를 바라보는 저 깊은 사랑의 눈빛, 바로 우리들 본연의 모습이다.
박혜숙/ 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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