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상황이란 인간이 뛰어 넘을 수 없는 벽을 말한다. 생로병사가 바로 인간이 갖는 한계상황이다. 인간은 죽는다. 정확하게 설명하면 늙어서 죽는 것이 아니라 병들어 죽는 것이다. 인도의 싯다르타 왕자가 궁궐을 나와 산책하다 생로병사를 목격하고 깨우친 것도 인간의 한계상황이다.
김정일의 사망 뉴스를 들었을 때 여러분은 제일먼저 무슨 생각을 했는가. “아, 역시 김정일도 죽는구나”를 떠올린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백두산 산삼이니 중국에서 나는 무슨 약초니 하면서 좋다는 보약은 그가 다 먹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장수하지 못하고 70세에 갔다. 인간의 한계상황을 뛰어 넘지 못한 것이다.
스탈린, 모택동, 김일성 등 독재자 모두가 세상을 마음대로 쥐고 흔들었지만 죽음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세상만사 마음대로 되는 것도 비극이요.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도 비극이다. “그가 죽으면 세상이 좀 더 살기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낳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무리 화려한 삶을 누렸다 해도 그의 삶은 잘못된 삶이다.
삶에서 죽음은 마지막 공부의 대상이다. 세상과 헤어지는 법을 배우는 특수과목이다. 시인 홍윤숙은 ‘마지막 공부’라는 시에서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이제 손 놓고 헤어져야 한다.
여기까지는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며
사랑 또는 미움으로 꽃밭도 일궜지만
여기서부턴 누구도 함께 갈수 없는 나라
아득한 적소의 변방이다.
편지하지 마라. 전화도 사절이다.
나는 여기서 오래전부터 아무도 모르는
마지막 공부에 골몰하고 있다.
잊혀지고 작아지고 이윽고 부서져 사라지는 법
이 세상 마지막 공부에 땀 흘리고 있다”
죽음 앞에서 의젓한 사람이 진짜 용기 있는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죽음의 그림자를 보면서 “작별인사를 할 시간을 허락받아 감사 합니다”라는 메일을 친지들에게 보낸 강영우 박사(68세)의 고별인사는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그는 시각장애인으로 부시대통령의 장애위원회 보좌관을 지냈으며 강연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도전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었다. 그는 우리들이 본받아야 할 ‘마지막 공부’의 본보기다.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남기고 가느냐도 중요하다. 2011년이 우리에게 남겨준 교훈이 있다면 그것은 죽음을 통해 삶을 보는 깨우침이다. 빈 라덴, 카다피, 김정일의 죽음은 우리의 심안을 뜨게해 준 교과서적인 사건이다. 한계상황에 대한 공부를 하면 삶에 대한 대답이 나오기 마련이다. 사람은 두 번 태어난다. 한번은 어머니 뱃속에서, 또 한번은 “나는 누구인가”를 깨우쳤을 때다.
올해 12월은 나는 누구인가의 ‘마지막 공부’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김정일의 죽음과 강영우 박사의 고별인사가 우리에게 그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나는 나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 한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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