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한국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아주 짜증나는 장면이 있다. 경찰이 범인의 얼굴에 무엇을 덮어 씌워 연행 하거나 범인 자신이 점퍼를 뒤집어쓰고 있어 시청자가 그의 얼굴을 볼 수 없는 것이다.
아마 피의자의 혐의가 밝혀질 때 까지는 무죄라는 법의 원리 때문에 그러는 모양인데 얼굴을 가리면서 연행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방해하는 측면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면 부자 노인들과 여성들만 망치로 쳐서 20명이나 죽였다는 살인마 유영철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직도 나는 잘 모른다. 그가 연행될 때는 야구모자에 얼굴을 가리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현장검증 할 때는 한술 더 떠 야구모자에 마스크에 경찰이 노란가운으로 상반신을 가리게 해 도대체 어떻게 생긴 얼굴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보호할 가치가 없는 얼굴을 인권이라는 명목으로 경찰이 보호해주고 있다. 한국에서 희대의 살인마로 불리 우는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의 얼굴을 알고 있는 국민이 몇 명이나 될까.
혐의자가 무죄로 밝혀지는 것과 얼굴 가리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프랑스 대통
령 후보로 떠오르던 스트로스 칸 IMF총재가 미국에서 수갑에 채워져 연행된 장면은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임기가 남은 오바마의 상원의원 자리를 돈으로 거래하려 했다는 혐의만으로 일리노이 주지사 블라고예비치도 수갑 채워 연행 됐었다. 재판에서 혐의가 밝혀지기 전인데도 VIP인 이들이 수갑 채워 연행된 것이다. 하나의 규칙일 뿐이다.
지난주 한국에서 ‘벤츠 여검사’가 검찰에 연행되는 장면은 우스꽝스러움을 넘어 쇼킹하기까지 했다. 수사관이 벤츠 여검사를 연행하는데 얼굴에 검은 보자기를 씌운 채 끌어안다시피 하면서 검찰청사로 들어갔다. 손이 안으로 굽는다고 벤츠 여검사를 봐주는 모양인데 오히려 비참해 보이는 연행 장면이었다. 차라리 벤츠 여검사가 선글래스에 야구모자라도 쓰고 있었다면 훨씬 더 그럴듯해 보이지 않았을까.
‘벤츠 여검사’는 한국 검찰의 위상을 뒤흔들어 놓은 사건이다. ‘그랜저 검사’에 이어 터진데다가 판사 출신의 유부남 변호사와 유부녀인 여검사가 아파트까지 얻어놓고 사건거래와 데이트를 하는 등 도의적으로도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파렴치한 케이스다. 게다가 이 사건의 고소인은 애당초 돈을 주며 사건 무마를 부탁했던 대학의 여강사로 지식인층이 모두 얽혀있는 추한 사건이다.
몇 달전 검찰총장 후보로 떠오른 검찰간부가 기업인으로부터 15억원을 꿔 쓰고 제네시스 차를 빌려 타고 다녔다는 혐의로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했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벤츠 여검사’가 탄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벤츠 검사’에 이어 ‘포쉐’검사가 또 탄생할 것이다.
왜 검사들이 이처럼 타락 했을까. 검사의 권한이 너무나 막강하기 때문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마음대로 휘두르니 사방에서 유혹할 수 밖에 없다. 미국에서는 검사 오래하면 가난에 쪼들린다. 독일 검사는 아예 수사권이 없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1등만을 향해 뛰는 도덕부재의 한국 교육제도다. 서울법대에 가야한다며 매질하는 어머니를 죽인 후 8개월째 옆방에 시신을 내버려 둔 그런 학생이 법대에 들어가고 다시 고시에 합격하여 검사가 되었다면 어떻게 될까. 정치뿐만이 아니다. 권력의 화신인 한국검찰도 지진에 가까운 개혁이 있어야 한다. 요즘 뉴스를 읽노라면 한국에 ‘부패 공화국’이라는 별명이 붙을까봐 걱정이 된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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