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 전 법주사에서 공부할 때, 순치 황제 시를 초서로 쓴 병풍을 본 것 같은 기억이 난다. 그 당시 처음 볼 때는 그저 그런 글이겠거니 생각했는데, 나중에 수행하면서 순치 황제 시를 접해보니, 그 구구 절절이 우리의 마음에 와 닿아 심금을 울린다. 순치 황제는 강희 황제 아버지로서 18년간 청나라를 통치한 것으로 되어있다. 일반에서는 기록이 확실치 않지만 이 시를 보면 출가한 것을 엿볼 수 있다. 일생을 수행하면서 이 글을 볼 때마다 나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나는 이 시야말로 누구나 한 번 쯤 읽고 음미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한 구절이라도 가끔 사람들에게 소개한다.
곳곳이 총림이요/ 쌓인 것이 밥이 어니/ 대장부 어데간들/ 밥 세 그릇 걱정하랴/ 황금과 백옥만이/ 귀한 줄 아지 마소/ 가사옷 얻어 입기/ 무엇보다 어려워라/ 이 내몸 산하대지/ 주인노릇 하건 만은/ 나라와 백성걱정/ 일만 더욱 번거로워/ 백년을 산다해도/ 삼만 육천 날이언만/ 수행을 하며 사는/ 반나절에 비할 손가/ 슬프다 태어날 때/ 한 생각의 잘못으로/ 곤룡포 얻어 입고/ 가사로서 인식했네/ 이 몸은 본래부터/ 서천축의 승려로서/ 어떠한 인연으로/ 제왕 집에 태어났나/ 이 몸이 나기 전에/ 그 무엇이 내 몸이며/ 세상에 태어난 뒤/ 나는 과연 누구런가/ 자라나 사람되어/ 잠깐동안 내라더니/ 눈 한번 감은 뒤에/ 내가 또한 누구런가/
이 시를 보노라면 세상의 모든 일을 잠깐 쉬고 나를 돌아보게 한다. 진정 내가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 기쁨을 항상 가지고 있는가? 라는 의문이 생긴다. 진정으로 사람으로 태어나 백년을 산다해도 삼만육천 날이어니, 사는 순간 긴긴 세월같이 느낄는지 모르지만 숨이 거둬지는 순간에 이르러서는 짧게 느껴지는 것이다. 나(我) 라는 자체 이 몸은 과거에는 어떠했을까. 또는 미래에 어떻게 될 것인가. 내가 태어나며 받아 부르는 이 ‘이름이 과연 진정으로 내 것이란 말인가! 아니다.’ 그것은 이름에 불과할 뿐이다. 진정으로 나의 실체란 무엇이라 규명하기 참으로 힘들다. 이름도 허울, 육신도 언젠가 없어지고 마는 허울, 모두가 실체가 없다. 우리는 진정한 참 나를 찾아서 일생을 방황하는 방랑객에 불과하다.
의식주에 매어 일생을 오욕락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날엔 나(我)라는 실체를 찾지 못해 허둥대다가 숨을 거두게 되는데, 나(我)라는 실체를 찾지 못했기에 세파의 시달림 속에 육도윤회를 하는 것이다. 육도윤회란 우리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도 아니고 하기 싫다고 해서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누구나 나라는 실체를 찾아 깨달음을 얻기 전에는 육도윤회를 면할 수 없다.
십팔년 지나간 일/ 자유라곤 없었노라/ 전쟁의 연속에서/ 몇 번이나 쉬었더냐/ 내 이제 손을 털고/ 산 속으로 돌아가니/ 백천만 근심걱정/ 탓할 바가 아니로세/ 사람은 끝없는 권세와 명예 그리고 부富를 추궁하다가 끝맺음을 한다. 모든 것을 다 이루고 간 자 누가 있겠는가. 끝이 안 보이는 욕망에 매달려 헤어나지 못하기에 욕심을 털고 수행할 생각은 감히 하지 못한다. 수행이라는 것도 누가 하라고 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하지 말라고 해서 하지 않는 것도 아니기에 스스로 모든 것 접고, 영원한 자유 찾아 수행하려고, 발심하는 때가 즉 해탈이 아닐는지.
Dec 1. 2011
대한불교 조계종 미주 필라 황매산 화엄사
주지 주훤 법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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