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의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는 자신의 학비를 충당하기 위해 전당포 노파를 아무 거리낌 없이 살해한다. 게다가 목격자를 없애기 위해 이 노파를 만나러 온 노파의 착한 여동생까지 죽인다. 살인강도 범죄를 저질렀는데도 그는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초인이 범인에게 갖는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는 시베리아 유배지에서 창녀 소냐의 기도에 의해 양심을 되찾고 다시 탄생한다.
이 소설은 당시의 러시아 사회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죄와 벌’이 쓰여진 1865년은 러시아의 경제공황이 극에 달해 있었다. 거리는 실업자로 가득 차있었으며 경제악화로 곳곳에서 강도사건이 발생하던 사회 분위기를 도스토예프스키는 ‘죄와 벌’에서 그리고 있다.
불경기와 범죄는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특히 돈이 필요한 12월에는 강도가 기승을 부린다. 요즘 불경기가 오래 계속되다보니 여기저기서 미국판 라스콜리니코프 뉴스가 등장한다. 사실 장사하는 사람들은 서머타임이 해제되는 11월부터 약간 불안하다. 어둠이 빨리 찾아오기 때문에 권총강도 사건이 여름보다 훨씬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한인이 한인을 상대로 강도행각을 벌이는 사건도 일어나고 있다. 코리언이 은행을 털려다가 붙잡히는가 하면 한인가정만 노리는 집 털이 전문 강도도 있고 새벽예배 보러가는 할머니의 핸드백을 거리에서 날치기 하는 한인 청소년들도 있다. 코리언이 코리언을 무서워해야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강도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방법이 없다. 경찰에서 실시하는 범죄예방 교육을 들어봐도 별 묘안이 없다. 강도가 들어오면 그저 그가 원하는 것을 다 내주라는 것만 강조한다. 목숨과 돈을 바꾸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말라고 경찰은 충고한다. 그 대신 가게 안에 비디오카메라를 장치 해놓으면 경찰이 범인을 잡는데 결정적인 도움이 된다고 일러준다.
그러나 강도가 붙잡히면 붙잡히는 대로 또 귀찮은 일이 생긴다. 경찰이 업주를 증인으로 불러 “이 사람이 범인 맞느냐”고 확인 질문을 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한인들은 패거리들의 보복이 두려워 범인인줄 알면서도 경찰이나 법원에 가서는 “잘 기억이 안난다”고 우물쭈물 대답해 버리고 나온다.
강도사건이 증가하는 12월을 맞아 여러 한인업주들에게 그 예방책을 물어 보았으나 비즈니스를 오래 한 사람일수록 “그냥 내주고 잊어버리는 것이 제일 속 편한 방법 입니다”라고 대답한다. 명심할 것은 평소에 “강도가 들어오면 나는 절대 저항하지 않는다”를 항상 외우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도도 사람이기 때문에 업주가 이상하게 행동하면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피해망상을 지니고 있어 엉뚱하게 일이 커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나도 이 논리에 동감이다. 왜냐하면 생각은 행동을 낳기 때문이다.
미국 범죄사에서 가장 인기를 모았던 강도가 있었다. ‘공공의 적 1호’로 낙인 찍혔던 존 딜린저다. 그는 은행만 털었으며 민간인은 절대 해치지 않았다. 또 턴 돈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다.
요즘 강도들은 존 딜린저의 후예가 아니다. 쩨쩨하고 잔인하기 짝이 없다. 양심 없는 라스콜리니코프다. 강도는 반갑지 않은 12월 손님이다. 한해를 슬기롭게 보내는 지혜가 한인 업주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때가 12월이기도 하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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