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저 앞으로 달려가고 있다. 사계가 뚜렷하지 않은 기후 탓인가. 아직 봄인가 싶은 데 여름이고 또 가을이 지나간다. 그리고 벌써부터 하나 둘 날라드는 것은 해가 바뀌기 전에 한 번 만나자는 엽서다.
올해의 경우 유난히 빠른 느낌이다. 아직도 11월이다. 그런데 향우회 모임이, 동문회 모임이 여기저기서 열리고 있다.
본래 한국의 풍습으로는 수세(守勢)라고 했다. 연말이 되면 온 집안에 불을 켜놓고 조상신을 경건하게 기다렸다. 연말에는 그러므로 흥청거림은 없었다고 한
다.
언제부터인지 한 해를 보내는 만남은 먹고 마시는 모임이 됐다. 한해를 조용히 보내는(送年) 모임이라기보다는 지난 한 해를 잊어버리자는(忘年)식의 모임이
된 것이다.
정말이지 어려운 한 해였다. 얼어붙은 경제는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불경기의 흉흉한 파도에 휩쓸려 두려움에 떨며 지내왔다. 게다가 천재지변에, 유혈
사태가 점철된 한 해였다.
그 다사다난했던, 아니 끔찍한 2011년을 빨리 잊고 싶어 벌써부터 지난 한 해를 잊자는 모임이 열리고 있는 것인가.
한 동문회 모임 사진이 큼지막하게 신문지면을 장식했다. 맨 앞줄에는 은사로 보이는 노신사들이 앉아 있다. 하나같이 밝은 미소를 짓고 있다.
‘연휴 음주운전 체포 작년보다 10% 늘어’- 같은 지면에 실린 기사다. 추수감사절 연휴주간에 LA일원에서 음주운전으로 체포된 사람이 303명이라는 내용이다. 그 수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가 늘었다는 것이다.
이중 한인은 얼마나 될까. 꽤 상당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아닐까.
한국인의 주량은 세계 톱 수준이다. 세계보건기구(WHO)보고에 따르면 독주로 분류되는 위스키 등 증류주 소비량은 한국인이 전 세계에서 단연 1위라고 한다. 그래서 던진 질문이다.
한 해를 마감하면서 오랜 벗들을 만난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먹고 마신다. 당연히 즐거울 수밖에 없다. 그 만남은 삶의 활력소다. 인생의 아름다운 한 삽화다.
그런데 그게 그만 지나쳤다. 과음을 한 것이다. 거기다가 음주운전으로 체포된다. 이렇게 되면 모처럼의 만남은 악몽이 된다.
또 다시 찾아온 만남의 계절이다. 밝은 등불 아래에서 먹고 마시고 춤을 춘다. 그리운 얼굴. 웃음꽃이 피어오른다.
그 만남을 바깥 어둡고 추운 곳에서 창문을 통해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만남의 계절이지만 아무도 찾아주는 사람이 없다. 그리고 단돈 10달러가 아쉬운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이다.
‘한 가정이 10달러로, 힘든 이웃에게 한 포대의 쌀을’-. 올해에도 계속된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이다. 단돈 10달러를 나눔으로써 어느 때보다 따듯한 연말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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