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10년 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국회의원 겸 한나라당 부총재였으며 그의 국회사무실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렵게 인터뷰가 이루어진데다 내가 미국에서 달려갔기 때문인지 박근혜 의원은 원래 인터뷰 예정시간이 30분이었는데 1시간15분 동안이나 시간을 내주는 호의를 베풀었다. 인터뷰 내용 중에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아버지(박정희 대통령)를 독재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정치인의 입장에서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이었다.
“정치인은 시대에 따라 평가기준도 달라집니다. 어느 언론인이 이렇게 말했어요. 박정희 대통령을 평가하려면 박정희가 만들어낸 시대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시대가 박정희를 어떻게 만들었는가를 함께 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아버지는 어머니(육영수 여사)가 돌아가시고 난 후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시를 쓰기 시작했죠. 그 내용이 정말 구구절절 그리움에 차 있었습니다.”
그 다음에 기억에 남는 것이 “정치인 박근혜의 신념이 무엇이냐”에 대한 대답이었다.
“악기는 좋은 소리를 내야하고, 요리는 맛을 내야 하죠. 정치인은 항상 국민의 편에 서서 소리를 내야 제대로 된 소리가 나온다고 생각 합니다. 정치인은 사심이 없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항상 국민의 편에 서서 판단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저의 소신입니다.”
왜 시집 안 가느냐, 독신주의자냐. 한번도 남자와 데이트 해본 적이 없느냐. 앞으로 결혼 안 할거냐 등등 신상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독신주의자는 아닙니다. 그동안 결혼을 생각할 시간의 여유가 없었습니다. 젊었을 때는 아버님과 어머님의 비극으로 충격을 받아 결혼은 생각지도 못했고 그다음은 기념관 사업이니 장학회 사업이니 하다 보니 너무 바빴고, 국회의원 선거하느라 정신없었고 ... 그러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결혼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 인터뷰를 다시 소개하는 이유는 대권을 바라보고 있는 그가 워낙 말을 아끼는데다 최근에 이르러서는 일체 개인 인터뷰를 피해 ‘박근혜는 과연 인간적으로 어떤 타입이며 정치인으로서 어떤 자세를 가지고 있는가’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당시 인터뷰에서 나는 한미관계와 대북관계, 경제문제 등을 질문했으나 그의 답변이 신통치가 않아 속으로 “대통령 감으로는 좀 약하고 부통령감이네”라고 평가 했었으나 그후 좀 생각이 달라졌다. 박근혜 의원은 차떼기 당으로 추락한 한나라당을 정직과 시범으로 다시 일으켜 세우는데 성공했으며 무엇보다 대표로 있으면서 국회의원 공천권을 내놓는 용기를 보인 점이다. 이는 곧 ‘박근혜는 계파정치, 계보정치를 안 하겠다“는 메시지이고 탕평인사를 하겠다는 시그널이며 한국정치의 대변혁을 의미한다.
3김 시대에서는 정당 지도자들이 공천권을 가졌기 때문에 정당이 사당화 되어 있었다. 박근혜는 국민 융화를 위해 자신부터 기득권을 포기, 사심 없는 정치인 시범을 보인 셈이다. 그래서 나는 ‘박근혜’라는 정치인을 다시 보게 되었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다면 놀랄만한 변화가 한국서 일어나리라고 믿는다. 더구나 변화를 외치는 ‘안철수 현상’이 이미 와있기 때문에 다른 한편에서 기존정치의 대변혁을 보이는 ‘박근혜 현상’이 불가피 해졌다. 시대에는 흐름도 있지만 부름도 있다. 과연 이 부름에 박근혜가 응하느냐 못하느냐에 그의 정치생명이 걸려있다.
<이철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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