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둘러싼 한국의 여야 충돌을 보고 있노라면 고개가 갸우뚱 해진다. “아니 지난 4년 동안 두 번이나 공청회를 거쳤는데 그때는 뭘 하고 있다가 이제 와서” “반대하는 저 사람들 노무현 정권 때 FTA를 추진하던 바로 그 사람들이잖아?” “상대방 국가에서 국회가 비준하고 대통령까지 사인했는데 그걸 재협상 하라니” 등등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협상하라는 주장은 한미 FTA를 안하겠다는 소리나 다름없다. 그럼 대안이 무엇인가. 대안도 없다. 그저 무조건 반대다. 서울시장 선거바람을 불씨로 FTA 반대선풍을 일으키면서 야당통합의 계기로 삼아 내년 총선거와 대선에서 승리하겠다는 전략인 모양이다.
그런데 FTA를 정쟁의 이슈로 삼는 것이 과연 옳은 자세일까. 모든 무역협정에는 한쪽에 불리한 면이 있고 유리한 면이 있기 마련이다. 불리한 것만 들고 나와 말썽을 삼는다면 논쟁의 끝이 안 보인다. 협상은 서로 주고받는 윈윈(win-win)게임이다. 그리고 항상 강대국에 약간 유리하기 마련이다. 솔직히 말해 발전 도상에 있는 한국이 어떻게 세계 최대강국인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무역협정을 체결할 수 있겠는가. 약간 불리한 부분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발판으로 삼아 솟구쳐야 하는 것이 한국의 운명이요, 시대의 흐름이다.
한국은 자원이 빈약한데다 산업은 발달하고 내수시장은 좁아 수출밖에 살길이 없다. 문을 닫아걸기에는 시대의 흐름과 어울리지 않는다. FTA는 한국인의 서바이벌에 관한 문제이지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사안이다. 야당이 FTA를 추진하더라도 여당이 동의해야 할 성격의 협정이다.
한국의 눈부신 경제발전이 어떻게 이루어 졌는가. 개방과 경쟁을 통해 여기까지 온 것이다. FTA는 경쟁을 유발한다. 한국에 불리한 점도 있지만 한국을 자극해 한 단계 뛰어 오르는 자극제 역할도 할 것이다. 시대의 흐름으로 보면 미국은 지는 해이고 한국은 떠오르는 해에 속한다. 지금 이 시기를 놓치면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는 지름길을 택하지 않고 우회하는 길을 택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모든 일에는 위험이 있다. 그 위험을 뛰어넘는 자신감을 한국인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ISD(투자자 국가소송)가 한국에 불리하다느니 어쩌느니 하는 것은 숲을 못보고 나무만 보는 시각이며 과장이 너무 심하다. 광우 파동을 연상케 한다. 당시에는 마치 미국 소들이 다 미친 것처럼 떠들어 미국의 한국 갈비집도 영업이 잘 안될 정도였다. 게다가 광우 촛불 시위가 반미시위로 연결돼 그때 미국인을 상대로 장사하는 코리안들이 겪었던 어려움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반미시위로 인해 한미양국에 막대한 국가적 에너지 낭비를 초래했다.
지금 추세로 보면 조만간 한나라당이 FTA를 직권상정하고 여당만의 찬성으로 통과될 움직임이다. 이렇게 되면 FTA 반대데모가 거리에 번질 것이고, 이 데모는 점차적으로 반미데모의 성격을 띠우게 될 것이다. 바로 이 사태가 미주한인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다. 좌파 서울시장이 탄생하거나 우파 서울시장이 탄생하거나 새바람을 일으켜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FTA 때문에 반미 바람이 일어난다면 이것은 생존과 안보에 관한 문제다. 그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한국이 자충수를 두는 것을 의미하며 일보전진 이보후퇴다.
<이철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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