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좀비(Zambie) 분장을 하고 입에는 피묻은 돈을 물고 브루클린 다리를 행진하던 사람들 중 700여명이 경찰에 체포된 일이 있었다. 그들은 ‘Occupy Wall Street’을 지지하는 사람들이다. 벌써 4주 째다. 처음에는 수십 명의 동조자들이 소셜 미디아 등을 통해 이제는 수만 명의 시위대가 모이곤 한다. 뉴욕 월가뿐이 아니다.워싱턴,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전역에서 유사한 저항이 벌어지고 있다. 월가 근처 작은 공원을 점령(?)하고 그곳에서 숙식하며 어떤 이들은 발전기까지 갖고 와서 부지런히 노트북을 두드리며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다. 이들은 조용하고 평화적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펼친다. 뉴욕 월가에서 시작된 이 조용한 시민혁명은 이제 미국 전역을 넘어 전세계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퍼져 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무엇을 위해 이런 일들을 벌리고 있는 것일까? 서브 프라임 모기지(불량 주택담보대출)로부터 시작된 리먼 사태가 글로벌 경제를 악화시켰지만 감옥에 가기는커녕 여전히 대형 금융기관 관리들은 고액의 성과급을 받고 있는 반면 많은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얻지 못해서 생활고를 겪는 것이 지속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운동의 지지세력도 현재 월가를 점령하고 있는 대부분도 젊은이들이다. 이들은 그동안 되풀이 되었던 금융가의 탐욕으로 빚어진 막대한 경제적손실의 직접적인 피해자들이자 미국인구의 99%를 대변하는 보통사람들이다. 미국의 부 40%를 전체 인구의 1%가 지배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나머지 99%인 그들이 더 이상 1%가 벌이는 탐욕과 부패를 좌시할 수 없으며 아랍의 봄(Arab Spring 2010년 12월18일 이후에 벌어진 아랍권의 소셜 미디아(트위터, 페이스북 등)를 통해 조직되고 파급된 저항운동, 결국 이집트정권을 붕괴시켰다)에서 사용된 전술을 사용하며 시위대의 안전을 위하여 최대한 평화적으로 자신들의 뜻을 전달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특이한 점은 이들은 요구하는 구호도 쟁점도 없다. 그저 월가를 점령하고 간간히 거리를 돌며 자신들이 손수 쓴 메세지판을 들고 돌아다니는 것뿐이다. 하지만 그들이 주는 메시지는 확실하고 명료하다. 은행과 금융회사들에 대한 정부의 철저한 관리와 그들에게 부과하는 세금을 인상하여 미국의 부가 그들에게 편중되지 않고 교육, 건강보험 혜택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택 소유자들을 구제하는데 쓰여져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그들이 가져가는 부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흑백논리가 아닌 것이다. 시위대의 점령기간이 길어질수록 이들에게 동조하는 세력도 많아지고 있다.
미 최대 노동조합인 산업노조총연맹(AFL-CIO)과 뉴욕시 교원노조, 자동차·제조업노조, 운수노조, 전국간호사연맹(NNU) 소속 조합원들이 형형색색의 깃발과 피켓을 들고 참여하기 시작했다. occupywallst.org 라는 웹사이트도 가동되고 있다. 이 사이트와 facebook 이나 twitter등을 통해 이들의 활약상과 시위현장이 실시간으로 인터넷을 통해 제공된다. Occupytogether.org 라는 이 저항운동을 지지하는 사이트도 있다. 이들을 지원하는 세력도 늘어나고 이들에게 편승하여 정치적이던 경제적이던 이익을 보려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조용한 시민혁명의 양상이 조금씩 바꾸어가고는 있지만 이운동의 종착역이 어디가 될지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 운동은 경기침체에서 비롯된 전 세계를 뒤덮고 있는 빈곤과 불안에 떨고 있는 모든이들에게 아직은 실낱보다 작은 희망이지만 그들의 처지를 바른 자리로 되돌릴 수 있는 소중한 불씨가 될 것이라고 간절히 바라고 싶다. 한가지 더, 이제는 이 세상 돌아가는 모든 것이 인터넷에 들어있다. 더 이상 귀찮고 낯설어서 ‘외면해 버리면 그만’이 아닌 것 같다. 그동안 거리를 두었다면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인터넷에 가까이 다가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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