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차례 한국대통령 방미중 ‘국빈방문’은 6번째
미국을 4박 6일간 국빈 방문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11일 서울공항에서 순방길에 올랐다. 이대통령은 워싱턴에서 동포간담회를 시작으로 미국 국빈 방문 공식 일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사진=연합>
이명박 한국 대통령이 국빈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다.
한국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은 이번이 13년 만이자 대한민국 건국 이후 6번째이다.미국은 미국을 방문하는 외국의 대표(국왕, 대통령, 총리 등 국가수반)를 ‘국빈방문’, ‘공식방문’, ‘공식실무방문’, ‘실무방문’, ‘개인방문’ 등 5개 등급 순으로 분류해 맞이한다. 미국 국가 대표인 대통령이 상대의 직위와 방미성격을 고려해 정하는 이 등급은 순에 따라 방문자에 대한 실질적인 대우에 차이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특정 방문에 주어진 등급 순 자체가 양국 관계의 현주소를 서로 확인한다는 차원에서 매우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 13년만의 국빈방문
국무부 ‘의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국빈방문’(State Visit)은 미국이 외국과의 관계에 있어 상대국 방미 대표에게 부여하는 최고 예우로 행사 일정 하나하나에 상대 국가와 국민을 ‘경의’(honor)하는 메시지가 내포돼 있다.
따라서 수십명에 달하는 외국 국가수반들이 매해 미국을 방문하지만 실제 ‘국빈방문’은 연평균 6건을 넘지 않는다. 미국 국빈방문은 상대 국가의 대표인 대통령 또는 국왕을 미국 대통령이 초청해 이뤄지는 국가 대 국가 간의 최고위급 접촉이기도 하지만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중 특정 상대 국가 대표에게 단 1차례 부여할 수 있는 일종의 ‘특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총리와 같은 상대 국가 정부의 대표 역시 대통령의 초청으로 방미가 이뤄지지만 그들이 국가의 대표가 아니기에 ‘국빈방문’ 대우를 받지 못하고 한 단계 아래인 ‘공식방문’(Official Visit)으로 접대되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국빈방문’과 ‘공식방문’ 아래 ‘공식실무방문’(Official Working Visit)과 ‘실무방문’(Working Visit)이 있는데 이는 국가의 대표 또는 국가 정부의 대표라는 직위에 차별을 두지 않고 외국 국가수반이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방미하는 경우 적용된다.
그러나 ‘공식실무방문’은 ‘실무방문’과는 달리 미국 대통령 자신의 직접초청이라는 차이가 있어 당연히 따르는 예우가 다르기에 각각 3, 4순 등급으로 분류된다.그리고 마지막 ‘개인방문’(Private Visit)은 국가 또는 정부의 대표 등 외국 관리가 미국 대통령의 초청 없이 미국을 방문한 경우로 분류 등급 그대로 그냥 개인적인 방문이다.
■한국의 국빈방문
그러나 한국 정부는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면 미국의 실제 대우 여부를 떠나 흔히 방미를 ‘국빈방문’으로 둔갑시켜오곤 했다.대통령을 미화하기 위한 국내 홍보용으로 미국 의전 등급을 슬그머니 무시하고 일종의 ‘뻥튀기’를 해온 것이 사실이다.그 결과 한국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에 대한 실제 의미가 수년에 걸쳐 퇴색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대한민국 건국이후 한국 대통령의 방미가 무려 27차례(박정희 대통령대행이 1963년 11월24∼25일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장례식 참석을 위해 방미한 사례 포함)나 있었고 그 중 상당수가 ‘국빈방문’으로 외곡 전달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한국의 미국 ‘국빈방문’은 초대 이승만 대통령의 1954년 7월26∼31일 방미에 이어 박정희(1965년 5월17∼19일), 노태우(1991년 7월1∼3일), 김영삼(1995년 7월25∼28일), 김대중(1998년 6월8∼11일) 대통령 등 지금까지 5차례가 전부였다.
전두환 대통령은 1981년 1월28일∼2월6일 미국을 방문했으나 당시 그는 공식취임을 앞둔 간접선거당선자로서 국가의 대표가 아닌 정부의 대표에게 부여하는 ‘공식방문’ 대접을 받았다.
또 그 후 1985년 4월25∼26일 방미도 국민의 자유의사에 의해 선출된 국가의 대표로 인정을 받지 못해 ‘국빈방문’이 아닌 ‘공식실무방문’에 그쳤다.
역시 임기 중 ‘국빈방문’을 하지 못한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2003년 5월12∼16일, 2005년 6월10일, 2006년 9월12∼14일 등 3차례 방미가 ‘국빈방문’이 아니었던 것은 물론 모두 미국이 대통령 초청으로 방미하는 외국 국가 또는 정부의 대표에게 부여할 수 있는 최저 대우급인 ‘실무방문’들에 불과했다.
이는 한국 정권에 따라 수시로 변해온 한미 관계가 그때그때 고스란히 대통령의 방미 대우에 반영된 것을 확인한다.1998년 2월 제15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국 역사상 최초의 평화적 여야정권교체를 이룬 업적을 인정받아 같은 해 6월 미국을 ‘국빈방문’하고 이듬해 7월2∼3일 ‘공식실무방문’했으나 집권 후 ‘햇볕정책’ 등으로 미국과의 마찰이 심해지자 미국이 2001년 3월6∼9일 방문을 ‘실무방문’으로 격하, 대우한 사례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한미 관계의 현주소
이러한 한미 관계의 현주소는 백악관뿐만이 아니라 미국 의회를 통해서도 드러난다.존 베이너(오하이오·공화) 연방 하원의장은 방미하는 이명박 대통령을 13일 의회에 초청해 상하원 합동 연설을 부탁한 사실을 지난 7일 성명을 통해 발표했다.그는 성명에서 “미국과 한국 국민은 역사와 공통 가치에 뿌리를 둔 깊은 연대 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한국은 민주주의를 증진하고, 경제적 자유를 진전시키며 핵 확산에 대응하는 강력한 동맹이자 파트너가 돼 왔다”며 “미국 국민들의 변함없는 친구인 이 대통령이 미 의회 연설을 하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 한다”고 밝혔다.
의회 기록에 따르면 한국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 연설은 이승만(1954년 7월28일), 노태우(1989년 10월18일), 김영삼(1995년 6월26일), 김대중(1998년 6월10일) 대통령에 이어 이번이 5번째이다. 주한미군 철수와 핵,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 코리아게이트, 인권 문제 등으로 백악관 보다는 의회 중견 의원들과 더 심한 마찰을 빚었던 박정희 대통령을 제외하곤 ‘국빈방문’이 있었던 역
대 한국 대통령들이 모두 의회에 초청됐음을 볼 수 있다.백악관과 의회가 미국의 외교에 비교적 발맞춰 걸어왔다는 증거다.
’미 연방의회조사국’(CRS)은 이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한미 관계를 수차례 진단했고 그 중 가장 최근인 2010년 11월3일자 ‘한미 관계 보고서’는 “2008년 말을 시작으로 한미 관계가 수십년만에 가장 좋은 상태에 있는 것이 틀림없다”며 “(바락) 오바마 행정부 내 여럿은 2010년 중반에 들어서 한국이 동아시아에서 가장 친밀한 미국의 동맹으로 부상했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보고서는 구체적으로 “한미 관계가 이 같이 친밀하게 된 이유의 큰 부분은 취임 후 서울과 워싱턴의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포함한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들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워싱턴 D.C. 정가와 유엔에서는 취임 후 대폭 강화된 한미 동맹과 국제사회에서 급상한 한국의 국위를 이 대통령의 ‘국제적 리더십’으로 해석하는 호평이 자주 나온다.특히 공화당, 민주당을 막론하고 의원들이 한목소리의 대북정책을 내고 있는 미 연방의회의 경우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대북정책의 일괄성을 유지하면서 북핵폐기와 북한의 개방을 기다리는 정책을 고수한 점을 ‘인내와 끈기의 리더십’이라고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이 같은 평가들의 진위와 찬반 여부는 역대 한국 대통령들과 마찬가지로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먼 훗날 역사가 시비를 가려준다. 단 그가 13년 만에 이뤄지는 이번 미국 ‘국빈방문’과 연방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로 인해 임기 중 최소한 한미 관계를 “양국이 서로의 국가와 국민을 ‘경의’하는 동맹”이라는 정상궤도로 다시 올려놓은 업적을 이룬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이미 보장해 놓은 것만은 분명하다. <신용일 기획취재 전문기자> 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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