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류층과 극빈층 아이들에게 지도자 훈련을 시키는 차혜정씨
미국 음악계에 큰 영향을 끼치는 가하면 한인사회 봉사활동도 잊지 않는 차혜정(미국명 헬렌)씨, 그녀의 아름다운 손길이 미래의 지도자를 길러내고 절망 속에 있는 아이들을 행복의 나라로 인도하고 있다. 희망의 메신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그녀를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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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라니 합창단 예술감독 맡아
“생명의 양식인 나에게로 오라, 나 믿는 사람은 목마르지 않으며 내안에 살게 되리”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아이들의 표정에는 가난이 없다, 슬픔도 없다, 미래로 향한 희망만 보인다. 지난 8월 한달간 아프리카 지라니합창단과 뉴욕 할렘 지라니앙상블의 미주공연을 성황리에 끝낸 차혜정씨(43), 오는 11월과 내년 1월7일 지라니 창단5주년 공연과 엠파이어 스테이트 유스 오케스트라의 내년 한국공연을 앞두고 그 준비에 한창이다.
쓰레기에서 먹을 것을 주워 연명하는 세계최대 빈민촌 케냐 고로고초에서 탄생한 케냐 지라니 합창단 24명은 ‘멈출 수 없는 희망의 노래’를 주제로 뉴욕, 뉴저지, 커네티컷 지역을 순회하면서 한인관객과 만났다. 이 공연에 맨하탄의 할렘 지라니 앙상블도 함께 공연했다. 이 할렘 지라니 앙상블은 차혜정씨
가 올 3월에 오디션을 거쳐 1기단원 34명을 선정, 음악훈련 후 무대에 세웠다. 요즘 할렘 지라니 앙상블은 토요일마다 3시간씩 연습을 하는데 차씨의 각오가 대단하다.“할렘에 사는 부모나 아이들이 사회에 기대고 받는 것에 익숙하다. 이 아이들에게 리더십 훈련을 시키고 있다. 이 소수의 아이들은 장차 할렘의 갈 길을 제시할 보석들이다.”그래서 차씨는 아이들에게 ‘내가 받기 전에 내가 가진 기프트를 먼저 주라’며 너싱홈이나 청소년 감옥 같은 곳에 찾아가 공연을 하며 섬기는 리더의 모습’을 갖게 지도하고 있다.
뉴저지 웨인의 베다니 교회(장동찬 목사) 3부지휘자인 차씨가 첫번째 미국 공연을 온 지라니 단원의 핫 패밀리로서 자신의 집에 3명의 남자아이들을 숙식시킨 것이 지라니와 인연의 시작이었다. 지난 2005년 한국의 임태종 목사가 창단한 지라니 합창단의 시카고 공연을 위해 합창 연습도 시켜주었다. “남편이 매년 1~2번 세계각국에서 언챙이 무료수술을 해주고 있는데 작년 10월에 함께 아프리카에 갔었다.”아프리카에 도착하자마자 남편 표진태 성형외과 전문의는 언챙이 수술을 하러 키스모로 가고 차씨와 큰아들은 나이로비 빈민촌으로 가서 직접 눈으로 지라니 아이들의 비참한 현실을 보았다. 그리고 공석이던 합창단의 예술감독을 맡았다.
차혜정씨는 원래 미국 음악계에 더 알려져 있었다. 그녀가 한인사회에 알려진 것은 1986년 동양인 최초로 유서깊은 맨하탄 리버사이드 처치의 음악감독 겸 지휘자가 되면서부터이다.“리버사이드 처치에서 웅장하고도 알찬 훈련을 받았다.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 지 지도자 훈련을 받았으니 사회에 더 영향력 미치는 일을 해야만 했다.”8년동안 리버사이드 교회에 있으면서 미국 교계와 한인 교계간의 다리 역할을 했고 뉴욕한인 YWCA, 한미장학재단, 그 외 한인단체가 필요로 하는 곳에 가서 지휘도 하고 음악 교육도 시키는 봉사활동을 했다. 2002년부터는 창단 35년 역사의 올바니주 엠파이어스테이트 유스 오케스트라(ESYO, Empire State Youth Orchestra) 지휘자 겸 음악감독으로 일하고 있다. “올바니로 일주일에 두 번 가서 연습을 시킨다. 오케스트라에는 350명의 단원이 있고 9개 앙상블에 8명의 디렉터, 그 안에 지휘자가 각각 있다.”
▲모든 공연에 전가족 출동
리버사이드 처치 지휘자로 일하던 시절 차씨는 첫 아이를 낳았다. 젖짜는 기기를 갖고 다니면서 우유병에 넣은 모유를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시간 맞춰 아이에게 백일동안 먹였고 휴식시간에 무대뒤로 돌아와 아이의 똥기저귀도 갈았다. 그렇게 억척스레 일하면서 키운 두 아들이 현재 7살, 12살이다.공연 때면 남편과 두 아들은 차씨와 동행하며 아이들은 부모의 봉사활동을 같이 고생하며 몸으로 배우고 있다. 차씨 역시 연합감리교단 차풍로 원로목사, 이순애씨 슬하의 3남1녀 중 막내로 태어나 자라면서 봉사정신을 체득했다.초등학교 6학년때 부모를 따라 이민 온 차씨는 한국책을 열심히 읽으며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 캘리포니아 지역의 포킵스 중고와 오하이오대에서 올갠을 전공한 후 이스트만 대학원에서 지휘를 공부한 것은 사람이 좋아서다.
“올갠이나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늘 비어있는 느낌이 왔다. 나에 대한 모든 것이 나오지 않았다. 학창시절 합창을 지휘하면서 사람들 하고 있는 것이 행복했다. 좋은 음악을 들려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지휘자는 지도자다. 그래서 지휘자는 겸손한 마음,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 지휘자가 되고싶었다”2003년부터는 ‘꿈나무 연주가 발굴’이란 사명감으로 ESYO음악감독 및 상임지휘자를 맡았다.“성장한 어른들을 대하다가 아이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줄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해 주는 일을 하게 되었다. 모두 미래의 미국 지도자가 될 아이라 생각하니 더욱 열심히 하게된다.”고.
내년 7월에는 한국 여수 박람회에 한인이 단 4명, 90%가 백인인 엠파이어스테이트 유스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간다. 단원 90명과 관계자를 포함한 120명의 일행은 여수 박람회 콘서트홀에서 연주한 후 소록도, 여수 애향원도 방문연주한 후 서울에 올라와 소록도 박물관 기금모금 콘서트도 연다. “이는 음악을 도구로 삼는 것이다. 음악의 힘이 사회의 삶을 바꾸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는 차씨, ‘한국이란 어떤 나라인가를 알게 하고 120명의 삶에 회오리바람을 일으킬 준비가 되어있다’고 야무지게 말한다.
이렇게 차혜정씨는 올바니로, 맨하탄으로 종종거리고 다니면서 모든 일에 의욕적으로 일한다. “좋은 일을 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도 경쟁하고 시기 질투하는 일이 있다. 20여년동안 일 하면서 사람관계 때문에 힘든 적은 있었지만 일 자체는 아무리 힘들어도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이라 힘든 것을 모른다”는 차씨는 “언제나 전가족이 함께 움직여서 힘이 된다”고 활짝 웃는다.차씨는 밤 12시까지 이어지는 지라니 합창단 연습으로 지난 8월 한달간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빴지만 자신은 복이 많다고 한다.
“첫째는 좋은 부모를 만나 여자라고 해서 못할 일이 없다는 모든 가능성을 심어주셨다. 두번째는 좋은 남편을 만난 것이다. 바쁠 때는 남편이 아이를 전적으로 맡아주고 내가 시간이 되면 남편 일을 도와준다. ”글로벌하게 일하는 게 꿈이었던 그녀는 글로벌 지도자 양성으로 그 꿈을 실현시키고 있다. 상
류층 백인 청소년이나 할렘, 또 아프리카 빈민촌 아이들에게 “네가 살아있기에 다른 사람들이 행복해 질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라”고 가르친다. 또 그녀가 그런 사람이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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