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어떻게 변하는가는 동창회 모임에서 실감한다. 학교 때는 별 볼일 없던 친구가 사회에 진출해서는 정계, 경제계에서 리더가 되거나 사업에 수완을 발휘해 큰돈을 모은 기업가로 동창들의 부러움을 산다.
그러나 60세가 넘어 동창회에 나가보면 장면이 또 바뀐다. 출세하고 돈 벌었다던 친구들의 모습이 안 보이고 배고프게 지내던 교수, 예술인 출신의 동창들이 어깨를 펴고 다닌다. 이들은 형편이 어렵다가 말년에 꽃을 피운 사람들이다. 생활이 안정되고 제자들로부터 존경 받으며 살고 있다.
반면 정계나 경제계에서 잘 나가던 동창들은 왕년(?)에 어깨에 힘주던 모습과는 달리 풀이 죽어 지내고 모임에도 잘 나타나지 않는다. 동창들에게 이들의 안부를 물어보면 잘 나가다가 뭐가 잘 안 풀려 어렵게 지낸다는 이야기들을 한다. 젊었을 때 박력 있고 늙어서도 박력 있는 동창은 극소수다.
이민사회의 모습도 이와 비슷하다. 미국에 30여년 넘어 살며 신문사에서 일하다 보니 이민사회의 무대를 실감 있게 목격하게 된다. 1막에서 꽃피운 사람, 2막에서 내려온 사람, 1막에서는 별 볼일 없는 엑스트라 역을 하던 사람이 3막에서는 주연급으로 등장 한다.
누가 뭐래도 이민사회는 비즈니스 사회다. 적어도 1세들에게는 그렇다. 비즈니스에서 성공해 돈 번 사람은 성공한 이민이고 미국 직장에서 노동하거나 말단 사무직을 맡고 있는 사람들은 빠듯한 봉급에 쫓기며 항상 사업에 성공한 사람들에 부러운 눈초리를 보냈던 것이 사실이다. 친구들에게 술을 사고 저녁을 사며 호기를 부리는 비즈니스맨들을 보면 “나는 언제 저렇게 돈을 써보나”하고 신세타령 하는 것이 샐러리맨들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30여년이 지나고 보니 그게 아니다. 무대의 주인공들이 바뀌어 있다.
과거 내로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사업에 실패해 커뮤니티에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 이들은 사업을 정리해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최근 몇 년간 주식 파동에 부동산 파동이 겹치면서 재산을 다 날려버린 것이다. 돈을 분산해 투자하지 않고 주식과 부동산에만 올인 한데다 캐시로 부동산을 산 것이 아니라 3분의2 정도는 은행에서 꿔서 샀기 때문에 페이먼트를 견디지 못해 쓰러진 것이다. 이들은 세금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아 소셜 시큐리티도 적게 받아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도 있다. 물론 은행 빚 없이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도 형편이 괜찮은 편이다.
반면 샐러리맨으로 신세 한탄하던 사람들이 60세가 넘자 “살맛난다”며 어깨를 펴고 다닌다. 큰 기업의 직원이나 공무원의 경우 퇴직해도 봉급의 70~80%를 연금으로 받는데다 국가 연금인 소셜 시큐리티를 받기 때문이다. 더구나 퇴직한 후 파트타임이라도 하면 한 달에 8,000달러 정도 소득을 올릴 수 있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부부가 공무원직을 은퇴한 후 파트타임 잡까지 구한 케이스가 있는데 이들은 “젊어서 고생한 보람을 이제야 느낀다”며 행복해 하는 것을 본적이 있다.
미국생활에서 세금을 착실히 내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처지는 65세가 넘어 소셜 시큐리티를 탈 때 완전히 차별된다. 인생에서는 최후에 미소 짓는 사람이 우승자다. 이민 사회에서 60세 넘어 미소 짓는 사람들은 공무원 출신들이다. 웃는 얼굴이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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