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레스타인, “회원국 안되면 독립국 인정이라도”
▶ 마무드 아바스 자치정부수반 유엔가입 신청서 공식제출 계획
마무드 아바스(왼쪽)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19일 유엔본부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23일 팔레스타인은 유엔회원국 가입 신청서를 공식 제출할 계획이다. <사진=AP>
미 거부권행사로 정회원 좌절시 ‘비정규회원 오보브서버 국가’결의안 추진
상당수 회원국 찬성 입장, ‘독립국 인정’ 성과 확률 높아
팔레스타인의 유엔 회원국 가입신청이 현재 유엔본부에서 열리고 있는 제66차 유엔총회의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뉴욕을 방문한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19일 유엔본부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만나 23일 유엔총회 기조연설 후 팔레스타인의 유엔 회원국 가입 신청서를 공식 제출할 계획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유엔총회 운영회칙에 따르면 유엔 정회원국 가입을 희망하는 국가가 유엔사무총장에게 신청서를 제출하면 사무총장은 그 사본을 회원국들이 참고하도록 유엔총회에 보내야 한다.그러면 유엔총회는 신청국가가 ‘평화지향’(peace-loving)인가, 유엔헌장을 준수할 의지와 능력을 갖춘 국가인가 등의 여부를 검토한 뒤 가입승인을 찬반 표결에 부쳐 결정한다.표결에서 전체 회원국(현재 193개국) 3분의2 이상이 찬성표를 던지면 신규가입 회원국이 탄생하는 것이다.그러나 유엔총회가 이 같은 투표를 실시하려면 먼저 반드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추천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따라서 만일 팔레스타인이 23일 반 총장에게 정회원국 가입신청서를 제출하면 유엔총회에 앞서 안전보장이사회가 먼저 승인 찬반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안전보장이사회가 팔레스타인의 정회원국 가입을 유엔총회에 추천하기 위해서는 5개 상임이사국(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과 10개 비상임이사국으로 구성된 총 15개 이사국 중 최소한 9개 이사국이 찬성해야한다. 또 최소한 9개 이사국의 찬성이외에도 상임이사국 중 그 어느 국가도 ‘거부권’(veto)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한사코 반대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동맹국인 미국은 19일 팔레스타인의 유엔 회원국 가입신청 계획이 발표되자 즉시 “만일 안전보장이사회에 부쳐지면 거부권을 행사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팔레스타인의 유엔가입 노력을 유엔총회 표결은 물론 유엔에 정식 신청되기도 전에 좌절시킨 것이다.
■‘플랜 B’
그럼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의 정회원국 가입 노력 발표가 제66차 유엔총회에서 회원국들의 각별한 주목을 받는 이유는 ‘플랜 B’가 있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은 만일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정회원국 가입 노력이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좌절되면 유엔총회에서 유엔이 팔레스타인을 정규회원이 아닌 ‘비정규회원 오브서버 국가’(non-member observer state)로 인정하는 결의안 채택을 추진할 것을 검토 중이다.
유엔은 현재 팔레스타인에게 ‘오브서버 조직’(observer entity)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따라서 만일 유엔총회가 팔레스타인의 ‘비정규회원 오브서버 국가’ 결의안을 채택할 경우 팔레스타인의 유엔 지위가 크게 격상되는 것은 물론 독립국임을 유엔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이 된다.
독립국 인정이란 팔레스타인이 세계보건기구, 유네스코, 국제형사재판소(ICC)와 국제사법재판소(ICJ) 등 국제기구에 정식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으며 국제협약에 체결국으로 가입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즉 정착촌, 난민 문제 등 이스라엘과 빚고 있는 여러 이슈들을 아랍 국가들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제기구와 재판소로 끌고 나갈 수 있고 유엔평화유지군 파견도 요청할 수 있게 돼 팔레스타인으로서는 이스라엘로부터 실제 독립하는 것과 같은 커다란 성과를 얻는 셈이다.
물론 유엔총회의 팔레스타인 ‘비정규회원 오브서버 국가’ 결의안 역시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저지될 수 있으나 정규회원 승인 여부와는 달리 이미 유엔총회 3분의 2가 찬성 입장을 밝힌 뒤이고 여기에 또 만일 안전보장이사국들 중 최소한 9개 이사국들이 이를 지지할 경우 미국은 실제 ‘거부권’을 행사하는데 상당한 부담을 느끼게 된다. 또 혹 미국이 회원국들과 이사국들의 의사를 역행해 ‘거부권’으로 팔레스타인의 ‘비정규회
원 오브서버 국가’ 노력마저 저지 할 경우 팔레스타인으로서는 이미 국제사회의 독립국가 인정을 얻어낸 뒤여서 사실 상징적인 차원에서 일지라도 큰 승리를 하는 셈이다.미국이 팔레스타인의 정회원 진출 노력으로 진퇴양난을 맞게 된 것이 이번 유엔총회에서 회원국들이 이슈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 중 하나이다.
■ 유엔총회서 ‘독립국 인정’ 표결시
한국 "회원국 의견 따를까" "미국편 들까’ 딜레마
따라서 이명박 대통령이 들어선 후 아시아에서 일본을 제치고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으로 부상한 한국이 과연 어떠한 입장을 표명할지 주목된다.
특히 팔레스타인이 플랜 B에 돌입해 유엔총회에서 독립국 인정 표결이 부쳐질 경우 한국이 아랍 국가들을 포함한 대다수 회원국들과 역행해 미국과 이스라엘 편을 들어 함께 국제사회의 눈총을 받을 것인지 아니면 기권, 또는 아예 표결에 불참할 것인지 딜레마에 처해진 것.
실제로 영국 BBC 방송이 19일 세계 19개국 2만446명을 대상으로 팔레스타인의 유엔 회원국 획득 지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49%가 찬성, 21%가 반대, 30%가 유보 입장을 나타냈다.또 BBC는 팔레스타인의 독립국 인정에 대해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9개 이사국들이 지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아바스측은 독립국 인정 결의안이 유엔총회에 부쳐질 경우 120개국 이상이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자신하고 있어 팔레스타인이 제66차 유엔총회에서 정회원 가입에 실패할지라도 회원국들로부터 독립국으로 인정을 받는 성과를 얻어낼 확률은 높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미 팔레스타인의 정회원 가입은 물론 독립국 추진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미국은 동맹 국가들을 설득하기 위해 상당한 외교 압력을 행사할 것이 확실하다. 특히 대선을 맞아 미국 유대인 유권자들의 표가 절실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팔레스타인 이슈가 연임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매우 중대시 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한국은 지난 해 제65차 유엔총회에서 표결에 부쳐진 안건들에 대해 31차례 미국과 함께, 23 차례 미국과 상반된 표를 행사했고 16차례 기권, 1 차례 불참한 기록이 있다. 표결에서 미국과 함께 한 비율이 57.4%였다. 이는 전체 회원국들의 41.6% 비율을 훨씬 웃도는 것이지만 이스라엘의 91.8%, 캐나다의 75.4%, 영국의 74.2%, 프랑스의 71.4%, 독일의 61.3% 등에 비하면 국제사회에서 한국과 미국의 국익이 상반되는 이슈가 거의 절반가량이라는 점과 미국의 입김이 매우 거센 유엔에서 한국이 국익을 철저히 앞세우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21일 예정된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주목할 또 하나의 이유다. 여기에 참으로 ‘아이러니칼‘(ironical)한 것은 꼬박 20년 전인 2001년 9월17일 한국이 “하나의 조선” 논리를 고집하며 한국의 별도 유엔 가입을 한사코 반대하던 북한을 바로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국제 외교무대에서 누르고 유엔 정회원국이 됐다는 사실이다. 그 후 한국은 2001년 유엔총회 의장국을 수임했고 2006년 반기문 제8대 유엔사무총장 배출했으며 올해 반 총장의 연임 성공에 크게 기여하는 등 세계무대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견국가로 자리 잡아 현재 제66차 유엔총회에 참여하고 있다.<신용일 기획취재 전문기자> 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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