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TV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외로운 한국노인들의 추석맞이 특집을 보게 되었다. 놀라운 것은 초등학교에서 부엌일을 돕는 어떤 할머니가 한달 수입 20만원으로 살아간다고 말하면서 너무 삶이 고달프고 외롭다는 하소연이었다. 아니 아무리 할머니의 파트타임이라해도 어떻게 한달에 20만원을 줄 수 있는가.
달러로 치면 200달러 밖에 안된다. 200달러 생활비? 이건 사는 게 아니다. 숨만 쉬고 있는 거다. 어느 독거노인은 닭장 같은 좁은 방에서 지내는데 자식들이 찾아오지도 않는다며 끼니를 해결하기도 힘들다고 했다. 또 다른 노인은 병들어 누워 있는데 죽지 못해 산다고 했다. 한국의 노인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왜 1위를 차지하는지 이해가 갔다. 국가의 보조가 너무나 미약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자식들이 일을 할 능력이 있으면 부모가 노인이라해도 국가에서 생활비 보조를 안 해주는 모양이다. 아주 형편이 어려운 노인에게는 특례 노령연금이라하여 한달에 6만6천원을 지급해 준다고 한다. 경제력이 세계14위라면서 선진국 대열에 진입 했느니 어쩌느니 자랑하고 있는데 노인복지 정책은 말씀이 아니다. 영어는 90점인데 수학은 20점인 식의 발전이다. 너무나 불균형이다.
어린이에 대해서는 관심이 지나친 반면 노인들에 대해서는 상식이하로 무관심한 사회가 한국사회다. 한달에 몇십만원, 몇백만원씩 들여 아이들을 과외공부 시키는가 하면 학교에서도 무료급식을 시행해야 한다는 정책을 둘러싸고 서울시장이 물러났을 정도다. 그런데 노인들에 대해서는 생계보조비가 있지만 너무나 소액이다. 한국의 노인정책은 총체적으로 낙제점 수준이다.
한국노인문제 연구소의 조사에 의하면 한국노인들의 한달 생활비는 10만원-20만원이 29.8%, 10만원 미만이 28.6%나 된다. 그나마 20만원-30만원도 21.4%에 불과하다. 자신이 젊었을 때 준비한 노후자금으로 생활한다는 노인은 7.5%에 불과하다. 또 자녀에게 의존해 산다는 노인은 19.9%밖에 안된다. 75년에는 78.2%였었다. 당시 독거노인은 7%였으나 지금은 53.1%로 증가했다. 자식들이 부모를 돌보지 않는 것이다. 핵가족 시대의 비극이다.
통계에 나타난 여러 숫자를 종합해 살펴보면 한국노인은 한마디로 ‘버려진 존재’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필자가 23년 전 LA타임스 국장과 한국에 나가 강연을 마친 후 그에게 “한국에 와서 본 것 중에 무엇이 가장 인상적이냐”고 물었을 때 그는 ‘자식들의 부모효도’라고 말한 적이 있다. 자식들이 한집에 살면서 은퇴한 부모를 모시는 광경에 크게 감명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몇십년 사이 죽지 못해 사는 노인들이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싱가폴에는 ‘효도법’이라는 것이 있다. 경제력이 있는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지 않으면 부모나 국가가 고소할 수 있다.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문제는 국가만 책임질 것이 아니라 가족들도 책임을 나누어 져야 한다는 것이다. ‘효의 나라’로 불리 우는 한국에서는 싱가폴보다 더 강력한 효도법이 만들어져야 되지 않을까.
노년의 기간은 결코 짧지 않다. 평균수명이 늘어난데 따른 당연한 현상이다. 노인이 되어 비참한 생활을 한다면 그 사람의 젊은 시절이 아무리 화려하고 성공적이었다 해도 초라하고 실패한 인생으로 그려지게 된다. 미국에 이민 온 노인들은 한국노인들에 비하면 정말 행복한 셈이다. 역이민 가는 사람들은 한국의 노인복지 정책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