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의 물결이 미전역을 뒤덮었다. 뉴욕 맨해튼의 ‘그라운드 제로’와 국방부 청사, 펜실베이니아 주 생크스빌 등 그때 그 테러의 현장에서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도식이 일제히 열렸다.
오바마와 부시, 현직과 전직 대통령이 나란히 ‘그라운드 제로’의 추도식에 참여, 희생자 가족을 위로하고 테러에 대한 단호한 대처를 약속했다.
2011년 9월11일, 이 날을 피크로 10년 전 그날의 그 악몽의 사태를 되돌아보는 9.11 모드는 막을 내렸다. 동시에 한 가지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10년을 끌어온 테러전쟁에서 미국은 과연 승리를 거두었는가 하는 것이다.
“42%의 미국인은 미국이 승리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거의 비슷한 숫자의 미국인들(46%)은 아직도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갤럽여론조사 결과다.
특이한 점은 10년 전이나 오늘이나 미국인들은 테러전쟁에 대해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1년 10월 아프가니스탄 침공 작전이 시작됐을 때 42%의 미국인은 미국이 테러전쟁에서 이기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44%는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미국이 이기고 있다고 보는 사람이 과반수를 넘은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탈레반 정권이 무너졌을 때, 또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시작됐을 때 60%가 훨씬 넘는 미국인들은 테러전쟁의 승리를 확신 했던 것이다.
여론은 그러나 이내 반전됐다. 그 최악의 경우가 2007년 6월이다. 미국이 테러전쟁에서 이기고 있다는 반응을 보인 사람은 29%에 불과했던 것이다.
10년 동안 31차례나 같은 여론조사가 실시됐다. 그 결과 미국이 이기고 있다는 반응은 평균 40%이고 모르겠다는 반응은 그 보다 약간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무엇을 말하나. 10년 테러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미국의 공중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개전 초기에는 상당히 강경한 입장이다. 그리고 미국의 승리를 확신한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초조해 한다. 그러다가 조금만 전황이 나빠지면 이내 반전주의로 기운다. 여론조사의 행간행간에 드러난 미국 국민의 모습이다.
게다가 공화당이냐, 민주당이냐에 따라 전쟁을 바라보는 입장이 현저히 다르다. 공화당원의 경우 과반수가 이라크침공의 정당성을 옹호하고 있다. 민주당 유권자들은 정반대의 입장이다.
테러리즘, 이슬람, 아랍-이스라엘 갈등 등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민주당 유권자냐, 공화당 유권자냐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
알 카에다 테러리스트들의 파상공세가 전개된 9.11사태 직후 하나로 뭉쳤던 미국이 시간이 가면서 극심한 분열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테러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아무래도 미국의 공중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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