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만영 롱아일랜드 지국장
미국생활 중 제일 힘든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선택의 여지가 많아서 많은 생각과 결정을 내리는 일일 것이다. 무엇하나 그냥 선택하기가 어렵다. 하루 종일 비교 분석을 하고 결정을 내리고 나면 머리가 복잡하고 어지럽기까지 하다.하지만 그 어렵고 긴 시간 후에 내린 결정이 꼭 올바른 결정이 아니었던 것같다. 수퍼마켓에 가면 계산대 주변에는 초콜릿, 캔디 등 단것이 많이 있는데 왜 그곳에 있는지 그 비밀을 벗겨본다. 우리에게는 일정한양 만큼의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그 일정량을 지나치게 되면 결정피로증(Decision Fatigue)이 와서 제대로 결정할 수 없단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자신을 제어할 수 있는 정신에너지(Mental Energy)가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우리는 종종 자신이나 주위사람들의 행동과 결정에 대해 의아해 한 일들이 있지 않은가? 평소 양순한 사람이 갑자기 버럭 화를 낸다든가, 다이어트를 한다고 잘 버티다가 끝내는 음식을 마구 먹는다든가, 크게 필요 없는 자동차딜러나 가전제품딜러의 보증기간연장보험을 산다든가… 내가 아무리 현명하고 의지가 강한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결정을 내리는 일을 반복하다가는 의지와는 상관없는 엉뚱한 결정을 내린다는 사실이다. 최근 인간의 이런 성향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여러 종류의 재미있는 실험 결과가 많다.
연구대상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서 한 그룹은 계속해서 비교와 결정을 내리도록 했고 한 그룹은 결정을 내리는 일이 없는 일을 맡겼다. 일을 마친 후 모두에게 얼음이 가득 찬 찬물에 손을 넣고 견디는 실험을 한 결과 많은 결정을 내린 그룹은 평균 28초만에 찬물에서 손을 빼었으며 결정을 내리지 않은 그룹은 평균 67초가 지난 후 손을 빼었다고 한다.
상점들이 많이 몰려있는 몰(Mall)에서 한 실험이다. 샤핑을 마치고 나온 그룹과 샤핑 하러 들어가는 두 그룹에게 한자리수 덧셈이나 뺄셈 같은 아주 쉬운 산술문제 여러 개를 준 후 풀기 싫을 때까지 해보라고 한 결과 샤핑을 마치고 나오는 그룹이 훨씬 먼저 문제풀기를 중단하였다고 한다. 반복적으로 많은 결정을 내린 사람들의 의지가 매우 약해지는 양상을 관찰할 수 있다. 이런 결정피로증(Decision Fatigue)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설탕이 들어간 음료를 제공한 뒤 관찰한 결과 의지력이 향상된 양상을 보인다고 한다. 의지력 향상은 자신의 제어능력과 사리분별력을 높여주어 바른 결정을 내리도록 도와준다. 결국 설탕 등 단것이 제공하는 포도당은 의지력을 지탱해주는 주요요소임이 확인된 것이다.
우리의 하루 일과는 온통 선택을 요구하고 있고 또한 여러 일들로부터의 자제를 요구받고 있다. 뇌의 의지력이 약화될 때면 우리는 좀더 쉽게 짜증을 내고, 먹고 싶은 충동을, 마시고 싶은 충동을, 돈을 쓰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결정을 내릴 당시의 나의 상태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은 일과를 짜임새 있게 계획하여 자제능력을 잘 보존해 나가는 사람들이란다. 즉 하루일과가 반복적인 선택이 아닌 미리 정해진 일과이며 그들은 계속 이어지는 미팅 스케줄을 잡지도 않으며 원하는 대로 먹을 수 있는 뷔페 스타일의 음식점등에 대한 유혹을 뿌리칠 줄 알며, 정신적으로 피곤한 선택을 하는 일을 줄인다.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을 할까 말까를 고민하기보다는 친구와 미리 약속하여 정기적으로 일정한 시간에 만나서 운동을 하며 하루종일 정신력으로 버틴다는 각오보다는 정신을 쓰는 일을 줄여서 응급상황이나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쓴다고 한다. 현명한 사람은 언제 자기 자신을 믿을 수 없는지 아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이제는 왜 수퍼마켓의 계산대에 캔디나 단맛의 스낵이 놓여있는지 이해 되시리라.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