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여행의 별미는 크루즈 여행이다. 육상으로 하는 일반 관광여행은 하루 종일 걷고 나면 더위에 지쳐 저녁에 호텔에 돌아오면 녹초가 된다. 미국인 관광회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오후 5시에는 관광을 끝내는데 한국인들은 조금이라도 더 봐야한다고 아우성치는 바람에 한인관광회사들이 무리하게 스케줄을 짜 주마간산으로 저녁 8시까지 강행군을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렇게 며칠 계속하다보면 나중에는 짐 풀고 꾸리는 것조차 귀찮아 진다. 특히 여름의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여행은 너무 더워 사서 고생하는 식의 관광이 되기 쉽다.

크루즈는 다르다. 자고나면 배가 다른 나라에 와있어 매일아침 가슴이 설렌다. 무엇보다 짐을 풀고 쌀 필요가 없어 정신적으로 부담이 없다. 그리고 관광이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있어 점심은 대부분 배에 돌아와서 먹고 오후 5시면 모든 관광프로가 끝나기 때문에 쉴 수가 있다.

요즘은 불경기라 크루즈가 일년 내내 세일이다. 더구나 출발 날짜가 가까워지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싼 가격을 내놓는다. 오늘 아침 인터넷에 들어가 ‘홀랜드 아메리카’의 크루즈 세일을 체크해 봤더니 9월15일 떠나는 바르셀로나-모나코-피렌체-로마-그리스-시실리-바르셀로나 코스가 799달러 밖에 안된다. 파격적인 가격이다. 그러나 LA에서 바르셀로나까지 자기가 비행기 왕복티켓(1500달러 정도)을 따로 끊어 가야 한다. 싸긴 하지만 번거롭기 때문에 돈이 더 들더라도 한인 관광회사를 이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관광회사들이 신문에 선전하는 크루즈 광고를 보면 무슨 배를 타는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 크루즈는 어느 크루즈 회사의 배를 타느냐에 따라 가격에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이탈리아 크루즈인 MSC나 코스타 그리고 미국 크루즈인 노르웨지언은 싸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로얄 캐러비언과 프린세스는 중간급이고 영국의 쿠나드, 네델란드의 홀랜드 아메리카는 약간 비싼 대신 중년층과 노인층이 대부분이며 아이들이 없어 배가 조용해서 좋다. 관광 프로그램도 획일적이 아니라 다양해 선택의 폭이 넓다.

크루즈 중에 서비스 좋고 분위기와 음식 좋기로는 좀 비싸지만 ‘크리스탈’이다. 이 크루즈라인은 LA에 본부를 두고 있지만 니폰 유센 가이샤 회사 소속으로 일본 크루즈다. ‘크리스탈’은 지난 16년간 해마다 ‘올해 최고의 크루즈’에 선정 되었으며 이 크루즈의 세계일주 프로그램(120일간)은 은퇴자들의 동경대상이다.

크루즈의 단점은 승선후의 관광요금이 만만치가 않다는 점이다. 최소한 하루에 100달러 정도 잡아야하며 어떤 코스는 200달러짜리도 있다. 예를 들면 러시아의 피터스버그 관광의 경우 저녁에 발레공연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 관람료가 250달러나 된다.

일반적으로 크루즈의 관광요금은 1000달러로 잡아야 제대로 구경한다. 좋은 코스를 관광하려면 2000달러가 넘으며 크루즈 요금을 능가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게 된다. 또 하나의 단점은 크루즈는 낮 관광만 하기 때문에 도시의 밤을 구경할 수가 없어 반쪽짜리 관광여행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크루즈는 편하다. 그래서 미주한인사회에서도 크루즈 관광객이 늘고 있으며 은퇴자가 많아지기 시작한 한국에서도 크루즈 바람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은 동창들 모임이 많아 여성들은 남편 없이, 남자들은 부인 없이 단체 크루즈 여행을 하는 케이스도 있는데 이때 잘못 행동하면 외국인들에게 동성연애자로 비칠 수도 있기 때문에 몸가짐을 조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