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한국의 대통령 선거전 때다. 한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선두를 달린 대권주자는 이회창 후보였다. 그의 지지율은 이명박, 정동영 후보를 모두 제치고 40%가 넘는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이 여론조사 결과를 한국의 신문들은 일제히 보도했다. 그러나 정치면 톱기사가 아닌 토픽 정도로 다루었다. 미국, 그것도 뉴욕-뉴저지 일원의 한인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여론조사였기 때문이다.
하여튼 한국의 대통령선거에 대한 미주한인들의 관심이 여간 높은 게 아니었다. 이상열기라고 할 이 현상에 대해 미국에 나와 있는 한국 특파원들은 칼럼 등을 통해 저마다 한 마디 했다.
조국에 관심을 가져주어서 고맙다.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변하지 않았다는 증거로 받아들이겠다. 그렇지만 너무 한 것 아닌가. 마치 미국에서 한국 대선이 열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니. 미국 정치에나 관심을 가져라.
대체로 이런 논조가 대부분 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행간 행간에는 이런 비아냥거림이 숨어 있는 듯했다. ‘왜 미주 한인들이 본국인들보다 더 난리냐’는 식의.
그리고 4년이 지났다. 또 비슷한 소리가 들려온다. 내년 한국의 대선을 앞두
고 미주한인 사회에 벌써부터 ‘한국정치 열풍’이 불면서.
LA 등 서부지역에는 이미 민주당 인사들이 다녀가면서 야당조직이 결성됐다. 이에 뒤질세라 한나라당 조직도 곧 태동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유력 정치인 아무개 후원회’ 결성도 유행을 타고 있다.
거기다가 재외동포들에게 한국 내 선거 투표권을 주기로 법제화되면서 양상은 가열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하나. ‘원거리 민족주의’가 그 한 답이 아닐까. 해외에 사는 사람들이 더 전통에 집착한다. 힌두교 근본주의 본부가 있는 곳은 인도가 아닌 런던인 것 모양으로. 한국적인 것에 해외 한인이 더 관심을 가지고 열광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 등을 감안해도 미주한인 사회에 불고 있는 한국정치 바람은 아무래도 지나친 감이 있다.
벌써부터 향우회니, 동창회니, 동호회 등 일부 단체의 모임은 선거 전초전의 양상을 띠고 있다. 그 열기는 2012년을 앞두고 날이 갈수록 과열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여야정쟁이 미주 한인사회에 옮겨진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로, 이러다가는 대선의 해를 맞아 그 싸움은 치열해지면서 서로가 자칫 원수가 될 판이다.
또 미국시민권을 포기하겠다는 사람도 한둘이 아닌 모양이다. 한국에서 한 자리 하겠다는 ‘원대한 야망’의 발로에서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했던가. 보다 절제된 미주 한인사회의 모습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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