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유럽 복권 역사상 최대 액수인 2억6,000만 달러(약 2,760억 원)의 당첨자가 탄생했다. 행운아는 영국 스코틀랜드의 위어씨 부부. ‘유로 밀리언스’로 불리우는 이 복권은 1등 당첨자가 14번이나 나오지 않아 당첨금이 이렇게 커진 것이다. 60대인 위어씨 부부는 당첨되자마자 곧 회견을 했는데 “그 돈으로 무엇을 하겠느냐”는 기자 질문에 “우선 세계일주 여행을 하고 집을 새로 장만하고 싶다”고 답변했다. 이상하게도 복권 당첨자들이 말하는 소감에는 “고생하신 부모님에게 좋은 집을 사드리고 싶다”와 같은 효도 발언은 없고 소감의 대부분이 “세계여행을 떠나고 싶다”로 시작된다.
세계일주를 하려면 경비가 얼마나 들까. 홀랜드 아메리카 크루즈의 경우 플로리다의 포트 로더데일에서 출발하여 남미 일주-오스트렐리아-중국-인도-그리스-이탈리아-스페인을 거쳐 다시 플로리다로 돌아오는 112일간의 여행비가 부부의 경우 4만5,000달러(특실은 7만달러)다. 세계일주의 모양새를 갖추려면 여기에 유럽일주(62일간 4만2,000달러)를 추가해야 되므로 부부가 세계를 한 바퀴 돌려면 174일에 8만7,000달러가 드는 셈이다.
은퇴한 미국 부자 노인들 가운데는 1년의 반을 크루즈에서 지내는 사람들이 있다. 하루 세끼 호화판으로 먹을 수 있고 방청소도 할 필요없고 맑은 공기에 사우나며 풀장을 마음대로 즐길 수 있으니 돈 있으면 그렇게 지내는 것도 그럴듯해 보인다. 여행은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 비타민이다.
그런데 배 위에서 6개월이나 1년을 보내는 것이 과연 즐겁기만 할까. 크루즈 선원들에게 이 문제를 물어본 적이 있는데 그들의 대답은 일반적으로 탑승객들이 3개월만 지나면 지겨워 한다는 것이다. 너무 똑같은 스케줄이 반복되는데다 배 음식에 질려 6개월짜리 크루즈 비용을 다 지불해 놓고도 상당수는 3개월 후 중간에서 내려 집에 돌아가는 모양이다. 크루즈 여행은 20일 이내가 이상적이라고 한다.
여행의 참의미는 인생수업이다. 이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알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물 안 개구리는 편견을 갖는다. 새로운 것을 보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는 시각이 중요하다. 여행은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준다. 자신들의 세계만이 전부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오로지 기독교적이냐, 이슬람적이냐를 놓고 그것이 마치 절대적인 가치처럼 생각하는 편견은 세상을 보는 시각이 좁기 때문이다.
여행을 많이 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우물 안 개구리 스타일의 사람과는 어딘가 말하는 폭이 다르다. 똑같이 부여받은 시간 속에서 여행을 통해 공간을 넓혔기 때문이다. 인생은 배움의 연속이다. “나는 배울 것이 없어”라고 말하는 사람은 삶의 겸허함을 잃은 사람이다. 여행은 삶의 배움터 현장이며 내 안에 있는 신대륙을 찾아가는 나의 발견이다. 로토 당첨자가 여행을 먼저 떠올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할 것인가를 새로 설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일시적인 휴식과 자극만을 위해 여행한다면 그건 쾌락에 불과하다.
7월과 8월은 여행의 계절이다. 여행은 추억을 만들어 내는 공장이다. 나이가 먹을수록 소유보다 추억이 많은 사람이 부자처럼 느껴진다. 여행은 나의 삶이 향기가 없는 조화에서 벗어나 향기를 품은 생화가 되게 하는 인생수업의 한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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