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워싱턴 근교에서 열린 US 오픈 골프는 매우 감동적이었다. 이날 우승한 로리 맥킬로이가 22세의 연소한 나이에 갖가지 US오픈 기록을 깬 것도 화제였지만 빈민가 출신인 그의 아버지가 아들의 골프레슨 비용을 대기위해 화장실 청소 등 파트타임을 포함, 일주일에 100시간씩 일해 가며 눈물겨운 뒷바라지를 했기 때문이다.
이날은 마침 아버지의 날이었다. 로리 맥킬로이가 우승한 순간 아버지를 포옹하며 “아버지, 이것이 아버지날에 내가 주는 선물입니다”라고 말했을 때 관중들 중에는 눈물을 글썽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맥킬로이는 노던 아일랜드 벨파스트 교외의 홀리웃이라는 작은 마을에 살고 있다. 그의 아버지 게리 맥킬로이는 동네 골프장의 칵테일 바 바텐더였으며 어머니는 공장 여직공이다.
미국의 골프계는 지금 흥분하고 있다. 타이거 우즈가 내리막을 달리는데다 그의 뒤를 이을 프로가 없어 PGA가 암담한 처지에 놓여있던 때에 맥킬로이라는 가능성이 있는 재목을 발견한 것이다. 지난 4월 매스터스에서 시종일관 선두를 달리다가 마지막 날 10번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하면서 곤두박질쳐 80이라는 상상 못할 최악의 스코어를 기록하며 탈락한 화제의 플레이어가 있었다. 그가 바로 이번 US오픈 컵을 거머쥔 맥킬로이다.
프로골프는 지난 50년간 벤호간-아놀드 팔머, 아놀드 팔머-잭 니클러스, 이어 타이거 우즈의 독주시대로 연결되어 왔다. 사실 오늘의 골프붐은 아놀드 팔머와 잭 니클러스가 일으킨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의 대결은 너무나 흥미진진해 극성 골프팬들이 항상 경기장을 메웠었다. 그러다가 타이거 우즈의 천상천하 유아독존이 계속되어 온 것이다.
맥킬로이의 메이저대회 타이틀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그는 라이더 컵의 유럽팀 대표선수였고 브리티시 오픈 등 여러 대회에서 2, 3위를 한 경력을 갖고 있으며 매스터스에서는 우승을 거의 잡았다가 놓쳤었다. 맥킬로이의 아버지는 매스터스 경기가 끝난 후 아들이 너무 충격을 받아 이상하게 될까봐 “야, 너 정말 괜찮냐?”하고 여러 번 물었으며 이때 맥킬로이는 “그럴 수도 있잖아요? 걱정 말아요. 다음에는 뭔가 보여줄 테니”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매스터스 대회가 끝난 다음 잭 니클러스는 맥킬로이와 그의 아버지를 마이애미의 자기 집으로 초대해 위로 하면서 골프에서 우승과 명예를 유지하려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가를 충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니클러스는 맥킬로이가 22세의 젊은 나이이기 때문에 앞으로 프로골프계에 ‘맥킬로이 시대’를 이룩할 수 있을 것으로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의 시각이 정확하다면 미국골프는 니클러스-팔머 시대에 이어 우즈-맥킬로이의 대결이라는 황금기를 맞게 될 것이다.
니클러스와 우즈, 맥킬로이는 극성 아버지가 길러낸 수퍼스타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우즈와 맥킬로이의 아버지가 모두 니클러스에게 아들의 게임에 대해 조언을 구한 점에서도 비슷하다. 그리고 니클러스의 아버지는 골프의 전설 바비 존스를 찾아가 조언을 구했었다. 존스 앞에서 시범 플레이를 한 니클러스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뒷땅만 쳤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대부분의 스포츠에서 우승자는 “오늘의 이 영광은 어머니에게” 운운하기 마련인데 골프에서만은 “오늘의 이 영광은 아버지에게”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골프는 위대한 아들과 위대한 아버지를 낳을 수 있는 스포츠라는 것을 이번 US오픈이 또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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