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를 아직 안 봤다. 3D영화라고 (기존 영화와 비교해) 뭐 별거 있나. 그저 영화의 한 종류지 않은가.
지난달 27일 만난 프랑스의 명배우 이자벨 위페르의 반응은 좀 심드렁했다. ‘3D영화가 뭐 대단하냐’는, ‘꼭 봐야 하냐’는 반문처럼 들렸다. "한번쯤 3D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는 발언은 3D영화를 한 때의 유행처럼 여기는 듯했다. 세계 3대 영화제로 종종 일컬어지는 칸국제영화제와 베를린영화제, 베니스영화제 모두에서 최우수여자배우상을 받았고, 칸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까지 지낸 배우이니 그의 답변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왔다.
올해 극장가는 3D 천지다. 2009년 말 ‘아바타’가 불러일으킨 3D 바람은 올해 절정에 이를 전망이다. 이미 ‘토르: 천둥의 신’ ‘쿵푸팬더2’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가 3D를 앞세워 관객 몰이를 했다.
1년 중 가장 큰 시장이 서는 여름 극장가를 겨냥한 블록버스터 대부분도 신무기인 3D로 관객들을 유혹하려 한다. ‘트랜스포머3’ ‘그린랜턴: 반지의 선택’ ‘퍼스트 어벤져’가 3D로 극장을 찾는다. 시리즈의 종결을 알리는 ‘해리포터: 죽음의 성물 2부’도 입체적으로 대미를 장식하려 한다. 충무로 블록버스터 ‘7광구’도 한국형 3D의 전형을 제시하려 한다. 블록버스터이면서도 3D란 꼬리표가 붙지 않으면 관객에게 개봉을 알리기 머쓱할 상황이다. 2일 2D로만 개봉한 ‘엑스맨: 퍼스트클래스’가 오히려 낯설고 용감해 보인다.
’트랜스포머3’의 3D 제작이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1편부터 이 영화의 메가폰을 쥐어 온 마이클 베이는 "일종의 속임수"라며 3D를 배척해 온 대표적인 할리우드 감독이다. "디지털 대신 35㎜필름 촬영을 해야 제대로 된 색감을 얻을 수 있다"는 이 감독은 과도한 기술 의존을 경계해 왔다.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이 "지나친 시각적 향연 때문에 되려 지루하다"는 평가를 받았기에 그의 선택은 더욱 의외다. 3D영화 전도사 제임스 카메론이 ‘아바타’ 촬영장을 방문한 베이를 3D영화 신도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래저래 3D영화 대세론이 퍼져가고 있지만 과연 3D영화가 흥행으로 가는 왕도일까. 지난달 개봉한 3D 에로영화 ‘옥보단 3D’는 불과 8만4,865명(6일 기준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이 관람했다. "3D 거품이 꺼지고 있다"는 우려가 할리우드에서도 나온다.
지난해 미국 연예주간지 할리우드리포터는 "영화는 중국이 미국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분야다. 3D기술로 격차는 확연히 벌어졌다"고 진단했다. 정말 그럴까. 아마 해답은 올 여름 흥행 성적에 담겨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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