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전 IMF총재의 호텔 여종업원 성폭행 혐의를 둘러싸고 미국과 프랑스의 성범죄에 대한 시각이 달라 사건이 엉뚱하게 문화충돌의 논쟁으로 치닫고 있다. 우선 프랑스인들은 어떻게 유명인을 그렇게 잡범 다루듯이 수갑 채워 연행할 수 있는가하는 불쾌감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프랑스에서는 용의자가 유죄로 밝혀질 때까지는 수갑 채워 연행하지 않는다.
프랑스의 저명한 철학자인 버나드 앙리 리바이 교수는 “미국판사는 스트로스 칸을 일반 범죄자와 똑같이 취급함으로써 마치 공정한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려 하고 있지만 바로 그것이 불공정한 일이다. 그는 세계경제를 좌우하며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해온 사람이다. 그는 달리 취급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마디로 프랑스인들은 호텔방 청소하는 흑인 여종업원 좀 건드렸다고 프랑스의 대통령후보가 될 인물을 그렇게 잡범 취급할 수 있느냐는 식의 불만이다. 사회당원인 스트로스 칸은 여론조사에서 2012년에 있을 대통령선거 후보 중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인물이다. 현 대통령인 보수당의 사르코지는 인기가 내리막을 달리고 있어 프랑스인들 중에는 다음 대통령으로 스트로스 칸을 상상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사실 미국 정치인들도 여성문제로 말썽을 일으킨 사람들이 많은데 뭘 그러느냐고 말하는 프랑스인들도 있다. 제퍼슨은 흑인 하녀와의 사이에 자녀를 여럿 두었었고 케네디는 마피아두목의 애인과 교제했으며 클린턴 대통령은 수습 인턴을 건드렸고 공화당의 매케인과 깅그리치, 줄리아니도 조강지처를 버린 정치인들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정치적으로 매장되지 않고 다시 살아났다. 프랑스인들 가운데는 스트로스 칸 사건도 그런 아량으로 이해해 줄 수 있지 않느냐는 의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그러나 스트로스 칸은 다르다. 미국 정치인들은 바람피운 것이고 스트로스 칸은 상습적 강간범이다. 스트로스 칸은 자신을 인터뷰하러 온 바농이라는 여기자를 성폭행한 적이 있으며 IMF 여직원이며 헝가리 경제학자인 피로스카 나지라는 여인을 강간해 사과성명까지 낸 적이 있다. 이외에도 그의 강간 미수는 여러 건이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그를 IMF총재에 임명하면서 “엘리베이터에 여자와 둘이 있을 때 프랑스를 망신시키는 행동을 삼가 주시오”라고 말했을 정도로 성추행을 둘러싼 그의 악명은 높다.
그런데 피해여성들은 왜 스트로스 칸을 법정으로 끌고 가지 않았을까. 프랑스는 부르봉 왕조 때부터 권력자나 부자가 여자를 희롱하는 것을 당연시 해왔다. 그런 전통 때문에 피해여성이 고발해봤자 자신만 망신당하고 가해자는 막강한 변호사를 고용해 무죄가 되는 일이 잦기 때문에 여성들이 입을 다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터뷰하려다 성폭행 당한 여기자도 사회당원인 어머니가 스트로스 칸과 인연이 끊어지는 것을 두려워해 고발을 말리는 바람에 형사 문제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바람기 있는 남자가 아니라 성범죄자다. 단단히 벌을 받아야 한다. 성도착증에다 성중독자다. 프랑스와 미국의 문화충돌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이런 인물이 프랑스 대통령이 된다면 엘리제궁에서 근무하는 여직원들의 안전이 어떻게 되겠는가. 대통령을 고발할 수가 있을까. 스트로스 칸은 이름이 말해주는 것처럼 유대인이다. 유대인 출신 프랑스 대통령이 탄생할 뻔 했는데 이제는 어렵게 되었다. 유대인의 커다란 손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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