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리. 꾸리살. 설깃살. 수그레…. 무엇을 지칭하는 단어들인가. 잘 모르겠다. 그러면 추가로 다른 단어들을 나열해 본다. 제비추리. 살치살. 토시살. 우둔살. 서대살. 엽진살. 치마살. 뭉치사태. 차돌박이….
쇠고기 부위를 나타내는 한국말들이다. 한국에서 시판되는 쇠고기의 부위별 명칭은 39개를 헤아린다. 갈비만 해도 본갈비·꽃갈비·참갈비·갈빗살·마구리·토시살·안창살·제비추리로 8가지나 된다.
쇠고기 부위를 나타내는 단어가 가장 많은 언어는 한국어다. 서양요리의 본산지라고 부를 수 있는 프랑스인은 쇠고기를 35개 부위로 나눈다고 한다. 동아프리카의 한 족속은 51개로 나누는데 한국에서는 시판 쇠고기 부위별 명칭만 39개이고 전체적으로는 120개나 된다.
무엇을 말하나. 전 세계에서 쇠고기에 대한 미각이 가장 발달한 민족이 한국인이라는 이야기다. 각 부위의 살코기는 물론 꼬리, 족, 사골, 도가니 등 소뼈도 부위로 나누어 먹는다. 그뿐이 아니다. 내장도 먹는다.
한 마디로 안 먹는 부분이 없다고 할 정도다. 그러니 쇠고기 부위를 나타내는 말이 이토록 다양한 것은 결코 우연은 아니다.
그래서였나. 북한의 김일성이 나름으로 행복 관을 쇠고기와 빗대 이야기 했던 것도. ‘조선 사람은 고기 국에 기와집 짓고 살면 최고 아닙니까’라고 했던가.
3년 전 이 쇠고기와 관련해 한 가지 우스갯소리가 미주 한인사회에 나돌았다. 한국에서 귀한 손님이 왔다. 그래서 아주 극진히 대접한다. 갈비에, 꼬리곰탕에, 또 비프스테이크에. 그리고 얼마 후 한국에 갔다. 그랬더니 공항에서 체포됐다.
죄명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기도혐의라는 것이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이유는 이렇다. 미국산 쇠고기는 광우병 덩어리다. 그 쇠고기를 손님을 대접한다는 명목으로 잔뜩 먹게 했으니 그 혐의가 타당하다는 것이다.
한국이 미국 쇠고기의 최대 수입국이 됐다는 보도다. 연방 농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올 1·4분기 쇠고기 수출량은 모두 6억3,328파운드이고 이중 한국이 수입한 분량은 1억3,286파운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3배나 증가한 것으로 한국은 미국 산 쇠고기의 최대 수출시장이 됐다.
금석지감(今昔之感)도 이런 금석지감이 없다. ‘미국 산 쇠고기는 바로 광우병 덩어리’인 양 촛불시위로 온 대한민국이 날탕 치듯 한 게 엊그제 같아서 하는 말이다.
그건 그렇고, 북조선 사람들이 모두 (쇠)고기 국에 기와집에 살날은 언제일까. 남한에서 구제역이 만연 했을 때 폐기처분 된 그 병든 소의 고기라도 실컷 먹었으면 좋겠다던 북한 사람들의 푸념이 아직도 들리는 것 같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