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일본인들은 보통사람 아니네’하고 느낀 것은 어느 일본인 낚시꾼 기사를 신문에서 읽었을 때였다. 이야기는 이렇다. 1981년 시모노세끼에서 일본인이 낚시를 하다가 6천만엔 짜리 금괴를 낚았다. 그는 즉시 경찰서를 찾아가 이를 신고했다. 경찰은 금괴분실을 공고 했으나 밀수금괴인 탓인지 임자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경찰은 법에 따라 습득자인 낚시꾼에게 금괴를 돌려주면서 소유권을 인정했다. 당시의 6천만엔은 어마어마하게 큰돈이었다.
그런데 낚시꾼이 금괴수령을 거부했다. 땀 흘려 번 돈이 아니라는 것이다. 분실물 습득신고는 시민의 당연한 의무인데 아무리 합법적이라고 하지만 자기가 그 엄청난 돈을 차지하는 것은 분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이 6천만엔은 정부에 귀속 되었다. 나는 당시 이 기사를 읽고 일본인은 어딘가 다른 데가 있구나 하고 감탄한 적이 있다.
이번 지진에서도 일본인들은 좀 다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세 가지 점에서 정말 감탄할 만 했다. 첫째는 질서의식과 정직성이다. CNN의 간판기자인 앤더슨 쿠퍼는 현지취재를 하면서 일본인의 질서준수 의식과 정직성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오늘 아침 뉴스에서 보도하고 있다. 쓰나미가 휩쓸고 간 현장엔 도둑의 그림자도 볼 수 없으며 식량과 물 배급에서도 뒷사람을 생각해 자신이 필요한 만큼만 가져가더라는 것이다. LA폭동 때 강도와 도둑이 들끓던 장면을 본 미국기자들로서는 감탄할 만도 한 일이다.
두 번째는 정부에 대한 믿음이다. 이들은 당국의 지시에 불만을 말하지 않는다. 원자로 사건만 해도 일본정부가 수습과정에서 갈팡질팡 하고 있는데도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거냐”는 불평 한마디 없다. 정부가 집에 머물라면 머물고 소개령이 내리면 즉시 소지품만 챙겨 집을 비운다. 구호반의 늑장출동으로 이렇게 됐다는 아우성이 사방에서 일어날 법 한데 일체 그런 일이 없이 당국의 지시에 복종한다. 연평도 사건 때 아우성치던 한국과 매우 대조적이다.
감탄할 만한 세 번째는 이번 대참사를 보도하는 일본 언론의 자세다. 과장보도 없이 차분하게 사실 그대로 보도하는 침착함에 같은 언론인으로서 느끼는 것이 많다. 수천명이 매몰 되었다는데 시체가 쌓인 비참한 사진이 국민에게 충격을 줄까봐 일체 보도하지 않고 있다. 어제 미국의 ABC-TV가 현장취재를 하면서 시체 사진을 슬쩍 비치고 지나가 처음으로 참상을 엿볼 기회가 있었는데 진흙탕 속에 아이를 끌어안고 죽은 여인의 모습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더구나 자식들을 잃고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어떤 일본여인이 “내가 지금 살아있는 것이 다행인지 불행인지 판단이 되지 않는다”는 소감을 눈물도 없이 말하는 장면은 보는 사람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대사건을 보도하는 일본 매스컴의 자세는 한국 언론이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언론은 특종의식이 너무 심해 항상 과장보도의 함정에 빠지는 취약점을 지니고 있다.
CNN이 어젯밤 특집프로에서 존 레논의 부인인 요꼬 오너를 인터뷰 하면서 이번 쓰나미 참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요꼬 오너는 이렇게 대답했다. “2차 대전 직후 도쿄도 쑥대밭이 되었었지만 일본인은 그곳에 새 도시를 건설했다. 지금 쓰나미로 없어진 도시에는 앞으로 미래도시의 상징이 될 이상적인 타운이 건설되어 일본이 어떤 나라인가를 보여주게 될 것이다.”
일본은 쓰나미 때문에 엄청난 피해를 입었지만 이번 참상을 겪는 과정에서 “일본인은 누구인가”를 세계에 보여 주었다. 지진참사에서 건진 일본의 소중한 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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