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늘 긴장하여 그런지 좀처럼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삶에 복받쳐서 혹은 무언엔가 감동되어 눈물이 나는 경우는 귀한 기억으로 손가락으로 셀 정도이다. 나에게 눈물을 흘리게 한 사람들을 고마움으로 기억하고 있다.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배웅하며 홀로 서있는 친구의 모습을 보며 눈물이 흐른 경우가 있다. 나에게 눈물을 자주 흐르게 한 친구인데 남달리 사랑이 깊은 아이라 그런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처음 성당에 다닐 때 그 애에게 물었던 기억이 난다. “왜 성당에 가면 그렇게 눈물이 쏟아지지?” 하니 “성당에 가면 모든 것으로부터 놓여나서, 마음이 자유로워져서 그래”라고 그 애는 말해주었다.
병원비가 없는 나를 치료해주고 그냥 가라고 말한 의사 친구를 만나고 오는 길에도 눈물이 쏟아졌던 기억이 난다. 눈물을 흘리면서 ‘아, 나의 마음이 그동안 너무 강퍅해져서 눈물조차 흘릴 수 없었구나’ 하고 느끼며 흐르는 눈물에 기뻐서 친구에게 감사했었다.
꼭 다시 만나고 싶은 분이 있는 데 성령치료를 하는, 한국에서 온 여자 분이다. 다운타운의 환하고 큰 방에 20여명의 환자들이 있었고 대부분 아르메니아인들이었다. 간호학과를 나오신 일흔 살쯤 된 여장부였다.
몇 년전 친구 손에 이끌려 그분을 만나러 갔는데 보자마자 ‘마음의 어머니’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이 달덩이 같이 환하고 목소리가 쩌렁쩌렁 했는데 안수하여 치료하는 모습이 하도 밝아서 ‘깨달은 사람’의 모습은 저런 걸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분 앞에 누워 있는데 눈물이 비 오듯 쏟아졌다.
“당신을 보니 젊은 시절 내 생각이 납니다. 어쩌다가 몸과 마음이 이토록 피폐한가요.”
그분의 손길이 지나가면 불덩어리가 확확 온몸을 지나가는 것 같았고 눈에서는‘참회의 눈물’이 쏟아졌기에 지금도 생생히 그 만남을 기억하고 있다. 아르메니아인들이 그분을 어머니라고 불렀는데 가난한 이들을 치유하는 모습에서 이는 환하고 밝은 기운과 그 방의 정결한 분위기를 잊지 못한다.
눈물을 흘리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책에서 읽으며 크게 감동한 적이 있다. 자유의 새로운 공간이라는 책 중 펠릭스 가타리가 감옥에 있는 네그리를 찾아가 그의 어깨에 기대어 우는 장면이다. 좌파 정신의학자 가타리는 일생 인류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친 아름다운 인간으로 느껴지는 데 동지의 어깨에 기대어 죽음 앞의 시간의 유한성에 엉엉 우는 그를 기억하는 장면은 감격적이었다.
어렸을 적에 무등산의 폭포를 맞으러 간 적이 있다. 등에 폭포를 맞는데 마치 몽둥이로 두드려 맞는 것처럼 물길이 거세었다. 그 기억 때문인지 폭포 그림을 좋아한다. 정선의 박연폭포는 그중 가장 아름다운 그림에 속한다.
나도 폭포 그림을 즐겨 그리는 편인데 화면을 수직으로 가로지르는 흰색이 그림의 막힌 듯한 느낌을 뚫어주기에 조형상의 의도로 그리기도 하고 시원한 느낌이 들어서 폭포 이미지를 좋아한다.
근래에 본 책에서 두 페이지에 걸친 이미지<사진>가 무척 마음에 든다.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 그림 옆에 기묘하게도 어둠 속에 고요히 떨어져 내리는 폭포 그림이 있다. 어머니의 눈물과 폭포라는 두 장의 이미지가 함께 한 특이한 배치다. 얼굴에 흐르는 눈물이 우주적으로 확대된 듯한 느낌이 일고 폭포 그림의 배경이 어두워서 그런지 장엄하면서도 고독한 느낌을 자아낸다.
세상의 모든 눈물 중에서 어머니의 눈물만큼 따스하고 깊은 눈물이 있을까. 비가 쏟아지는 겨울날, ‘춥지 않느냐’는 친구의 전화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겨울비를 좋아하고 싸늘하고 청명한 공기가 좋아 창문을 열어놓고 사는데도 그녀의 인사는 영원히 그리운, 이민와 살며 결국 돌아가실 때에나 만나게 될 어머니에의 그리움과 안타까움을 불러일으켰다.
우리 모두 서로에게 ‘어머니’라는 깊고 뜨거운 각성으로 흐르는 눈물이었다.
박혜숙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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