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입학식 날 필자는 바지에 오줌을 쌌다.
“일단 교실에 들어오면 못나간다.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참든지 그 자리에서 싸라.” 호랑이로 소문난 담임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오자 마자 내린 호령에 기가 죽어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는 말을 감히 꺼내지 못한 것이다. 뜨뜻미지근한 오줌에 젖은 바지는 시간이 지나 말랐지만, 등교 첫날 받은 충격으로 “선생님은 무서운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초중고 시절 내내 떨쳐내지 못했다.
상습폭행ㆍ금품수수ㆍ강의부실ㆍ티켓강매ㆍ인격모독은 사자성어가 아니다. 그런데 서울음대 김인혜 교수는 그것을 교과내용의 주춧돌로 착각하고 학생을 몰아 세우다 파면 당했다. 그녀의 제자는 지도교수에 대한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을까. 물리적 상처와 손실은 시간이 해결한다지만, 가슴에 튀긴 파편의 쓰라림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주민을 위해 존재하는 소방서나 공원처럼 초중고 교육은 학생을 위해 존재하는 서비스로 생각할 수 있다. 대학은 다르다. 특히 가르치는 사람의 태도는 더더욱 다르다. 19세기 말 대학 설립이 가속화하며 파급된 기본이념인 “캠퍼스는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를 토대로 교수는 격리되었다. 학생과 강의보다도 자신의 연구와 승진을 위해 존재하게 된다. 바깥 세상으로부터 격리되고, 다른 분야로부터도 소외된 교수는 지극히 세분화된 전공분야에서 지식의 바벨탑 쌓기 경쟁을 한다. “지식과 권력은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라는 푸코의 통찰을 빌려보면 그것은 자연스런 결과다.
그런 상황에서 보면 김인혜 교수가 도제식 교육을 내세워 자신의 파문에 대해, “그런 게 당연하다고 배워왔고 또 그렇게 가르쳐 왔다”라고 항변하는 것이 이해된다. 하지만 도제식 교육에는 야누스의 얼굴이 도사리고 있다. 교수의 전문지식을 전수받는 장점과 원격조정이 가능한 로봇처럼 행동해야 하는 단점이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며 전자는 점차 줄어들고 후자는 부풀려지는데 있다. 사회에서 대학의 소외 기본이념과 도제식 제도가 판을 친다고 상상해보자. 예를 들어 보잉에서 드림라이너를 제작할 때 제대로 된 설계와 조립이 가능할까.
대학에서 30년간 강의한 후 은퇴한 바바라 카슨 교수는 제자들을 대상으로 “대학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설문조사를 했다. 결과에 따르면 강의 내용보다는 교수의 관심과 배려를 더 인상깊게 기억한다. “밤늦게 실험실에서 연구하고 있는데 갑자기 교수님이 방문해 밤을 같이 지새우며 실험 과정에서 잘못된 것이 무엇인지 하나씩 알려주었다”라고 고마움을 표시한 학생이 대표적인 예다. 그것은 UCLA 메라비안 심리학 교수의 연구결과와도 일맥상통한다. 즉 사람과 만난 후 기억하는 것은 55%가 풍기는 이미지, 38%는 말하는 태도, 7%가 대화내용이다.
그렇다면 교육의 요체는 교과내용이 아니라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 자신이다. 태어날 때부터 특정한 본성과 소질을 가지고 세상에 나오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 사람은 백지상태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교육환경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 거리와 경비를 마다 않고 성실ㆍ친절ㆍ명석하다는 인물을 찾아간다. 인물은 인물에 의해 양성되기 때문이다.
대학의 존재 이유는 인물 양성과정에서 지식과 삶을 향한 열정의 끈을 유지하고 보관하는 방부제 역할에 있다. 그런데, 방부제 역할의 리더격인 교수 자신이 부패된 환경에서, 학생은 그 짓눌린 울분을 어떻게 풀어낼까. 바지에 오줌 싸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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