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의 거리에는 행상이 많다. 큰 도자기 물병을 머리에 이고 다니며 약수인양 팔기도 한다. 경찰은 항상 이들을 거리에서 몰아낸다. 지난 1월 시디부지드라는 작은 도시에서 바지지라는 행상이 경찰의 난폭한 단속에 분을 이기지 못해 거리에서 분신자살한 적이 있다. 그러자 이에 동정하는 행상과 주민들이 경찰규탄 데모를 벌였다.
경찰은 무자비하게 데모대를 구타했다. 이때 행상들의 울분에 동정한 다페르살히라는 변호사가 경찰국장을 찾아가 데모가 더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분신자살한 바지지의 가족들에게 사과할 것을 충고 했으나 경찰국장은 안하무인식 반응을 보였다. 격분한 다페르살히 변호사는 데모대와 함께 경찰규탄을 외쳤다. 그는 나중에 튀니지의 민중데모를 이끈 지도자로 변신하여 독재자인 벤알리 대통령을 축출하는데 성공한다. 튀니지의 민중혁명 성공은 이집트 국민을 자극해 30년을 집권한 무바라크를 하야시키기에 이른다. 튀니지와 이집트의 국민들은 왜 분노하고 있었을까.
대통령 인척들의 횡포와 부정축재 때문이다. 튀니지 벤알리 대통령의 경우 퍼스트레이디인 트라벨시와 사위인 마테리의 부정축재는 너무나 범위가 넓어 은행은 물론 맥도널드 체인과 자동차 딜러십까지 독점할 정도였다. 사위 마테리는 집에서 호랑이까지 키우고 있었는데 데모대가 그의 저택에 쳐들어갔을 때 호랑이부터 죽였다고 한다.
이집트의 경우는 무바라크의 둘째아들 가말이 미움을 샀다. 은행가인 가말은 집권당 당부서기를 맡으며 건설업계와 금융계 그리고 경찰을 쥐고 흔들었고 곳곳에 자기 사람을 심어 이집트에서는 가말의 빽 없이는 정부고위직에 진출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대통령 부정선거를 지휘한 원흉으로 꼽혔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무바라크가 가말을 후계자로 삼는 작업을 추진한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부자가 권력자는 아니다. 그러나 후진국에서는 권력자가 곧 부자다. 권력 잡으면 곧 부자가 된다. 때문에 집권자 인척들의 횡포가 심하고 측근들이 부패하기 마련이다. 권력 잡으면 돈이 쏟아져 들어오는데 누가 권력을 내놓겠는가.
문제는 국민의 불만누적이다. 가정이나 직장이나 국가나 불만이 누적되는 현상은 위험한 신호다. 왜냐하면 불만누적은 곧 시한폭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어느 국민에게나 불만은 있다. 그러나 현명한 지도자는 불만이 누적되기 전에 그 요소를 제거한다. 튀니지의 경찰이 행상 불만을 잘 해결 했더라면, 무바라크가 아들의 문제를 명확히 하고 선을 그었더라면 두 사람이 쫓겨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려면 벌거벗은 임금님이 되지 말아야 하며 측근의 말에 너무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
벤알리나 무바라크 모두 활화산 민심을 읽지 못한 것은 측근들의 말에 눈이 가리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집트 국민의 불만 누적은 데모대가 내건 “Enough Is Enough” 라는 구호가 이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더 이상 못 참겠다는 것이고 보면 목숨을 걸고 지도자를 갈아치우겠다는 의지의 표시가 아니겠는가.
시간이 지나면 부패되는 음식이 있고 발효되는 음식이 있다. 사랑이나 우정 등 인간관계에서도 이 현상은 일어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권력이 오래 계속되면 발효현상은 일어나지 않고 부패현상만 일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부패현상 속에서 유일하게 발효현상을 일으키는 것이 국민의 불만 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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