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6월 에디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아랍정상회의에 참석한 후 공항으로 달리던 이집트 대통령 무바라크가 암살단의 습격을 받고 죽을 뻔한 일이 있었다. 무바라크 경호원 6명이 피살되고 암살단원 5명이 사망한 피가 낭자한 사건이었다.
무바라크가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것은 이집트 중앙정보부장이 에디오피아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곳까지 직접 끌고 간 방탄차 덕분이었다. 무바라크는 재임기간 동안 6번이나 암살될 뻔했는데 그때마다 정보부가 이를 막아내 그의 정보부장 신임은 거의 절대적이 되어 버렸다. 바로 그 정보부장이 지금 무바라크(83)가 새로 임명한 부통령 오마르 술레이만(75)이다.
현 정권에서는 부통령직이 30여년이나 공석으로 있었다. 이는 무바라크가 자신의 아들 가말 (여당의 부서기)을 후계자로 고려한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아들 문제는 이번에 데모가 일어난 중요 원인중의 하나로 꼽힌다. 모르긴 해도 현재의 이집트 소요에 대해 김정일과 김정은이 굉장히 신경을 쓰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술레이만을 이번에 부통령으로 임명했다는 것은 무바라크가 아들의 후계자 지명을 포기 했다는 뜻이며 측근에 대통령 자리를 물려주고 하야하는 것으로 결심한 모양이다.
이집트는 지난 50년 동안 군인출신이 집권해왔다. 낫세르도 영관장교 출신이고 사다트도 육군참모총장이 었으며 무바라크도 공군참모총장 출신이다. 이집트에서 군이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정권교체와 절대적인 함수관계를 갖고 있다. 그런데 현부통령인인 술레이만이 현역 육군중장으로 군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는 인물이라는데 이집트 사태의 미묘함이 있다.
이집트 사태는 간단치가 않다. 사다트 대통령은 왜 암살 되었는가.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사다트의 친이스라엘 정책을 증오했기 때문이다. 무바라크가 6번이나 암살을 당할 뻔한 것도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에 의해서였다. 그는 중동에서 가장 친미적인 지도자이며 걸프전쟁 때는 5만명이나 연합군에 파견하는 결단력을 보였다. 또 이스라엘과 친한 유일한 이슬람 지도자다. 무바라크의 이스라엘 망명설이 떠돌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집트의 조직화된 재야세력은 알카에다의 정신적인 모체이며 이슬람 원리주의자들로 구성된 단체 ‘무슬림 형제’이다. 이집트의 중산층과 상류층이 은근히 군부세력의 집권을 기대하고 있는 이유도 원리주의자의 집권이 너무 두렵기 때문이다.
지금 무바라크가 물러나고 민주선거가 실시되면 ‘무슬림 형제’가 집권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는 날엔 미국과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자신들의 오른팔을 잃게 되고 중동에 이슬람 원리주의가 급속히 번져 친서방 아랍국들이 위협받게 된다. 게다가 수에즈운하를 점령한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운하통과를 둘러싸고 장난을 치기 시작하면 석유 값이 천정으로 치솟아 세계경제가 혼란에 빠지는 사태로 번질지도 모른다.
이집트는 골치 아픈 나라다. 오늘 카이로에서는 100만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데모를 벌였다. 치안이 점점 악화되어 거리가 불안하고 민생이 위협 받으면 한국의 5.16 쿠데타처럼 군부 쿠데타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오랜 독재로 야당을 키워놓지 않아 무정부 상태다.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야당역할을 하고 있다.
차라리 이럴 바에야 군인이며 부통령인 술레이만이 정권을 잡은 후 민주정치를 실시하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슬람국가에서 민주주의를 실시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숙제인가는 이미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이 보여 주지 않았는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