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라의 경찰을 보면 그 나라의 수준을 알 수 있다. 이집트 관광 갔을 때의 일이다. 교회를 구경하고 나오는데 간부처럼 보이는 경찰관이 한국인 가이드를 부르더니 옆 골목으로 데리고 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뭐라고 말하니까 가이드가 호주머니에서 3달러를 꺼내 그의 손에 집어준다.

“아니 우리 관광단이 뭐 잘못한 것 있소? 경찰에 돈은 왜 주는 거요?”하고 물었더니 “자식이 4명인데 먹고살기 힘들다고 도와달라는데 어떻게 모른 척 합니까. 저는 직업상 이곳에 자주 오니까 다음을 위해서 몇 달러 집어주는 게 마음 편합니다”라고 대답했다.

관광단 보호임무를 띠고 나온 경찰관이 관광단으로 부터 돈을 뜯는다? 이집트라는 나라가 이 정도인가. 한심해 보였다. 그후 피라미드를 구경 갔을 때 낙타를 탄 경찰관을 사진 찍었더니 다른 경찰관이 나에게 쫓아와 돈 달라는 것이 아닌가. 불쾌해서 거절 했더니 줄기차게 따라다니며 괴롭혔다. 이집트는 선진국 되기 글렀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요즘 한국에서 전직 경찰청장이 재임당시 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소환되는가 하면 이와 관련해 전직 치안감, 현직 경찰서장 등 최고위 간부급이 조사를 받고 있다. 놀라운 일이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케이스다. 뉴욕경찰국(NYPD)나 LA경찰국(LAPD) 국장이 업자로부터 돈을 받고 예하 다른 경찰서장에게까지 잘 봐주라고 소개한다? 더구나 업자로부터 경찰관 누구누구를 진급시켜 달라는 부탁으로 돈을 받는다? 상상도 못할 일이다.

사업차 미국에 들른 서울 후배에게 “한국경찰이 어떻게 그 정도로 부패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돈 받은 사람들도 돈 쓸데가 많아요. 진급할라 은퇴한 후 국회의원 공천도 받을라 사방에 돈을 뿌려야 출세하니 돈이 돌고 도는 셈이죠 뭐”라고 대답하며 지금의 한국 현실에서는 당연하다는 식의 어조다. 많은 한국국민들이 공무원의 부패에 대해 이런 식의 아량(?)을 갖고 있는 사회풍토가 더 문제다. 국민들이 독버섯이 자랄 수 있는 그늘을 제공하는 셈이다.

싱가포르에서는 공무원이 뇌물을 받지 않았더라도 받을 의도가 있었다는 혐의만으로도 범죄가 성립된다. 또한 받은 뇌물은 반환해야하고 반환능력이 없으면 액수를 계산하여 징역을 더 부과한다. 고발을 장려, 부패 신고를 한 시민은 민형사재판에서 증인으로 설수 없도록 보호조치를 하고 있고 심지어 익명으로도 고발이 가능하다. 한국에서는 내부고발자가 왕따 당해 부패를 규탄한 시민이 오히려 불이익을 보게 되어 고발을 꺼린다. 이점이 미국과 다르다.

국제투명성기구의 지난해 발표에 의하면 싱가포르는 덴마크, 뉴질랜드와 함께 CPI 9.3(부패지수)으로 세계에서 가장 정직한 나라로 나타났다. 한국은 39위(부패지수 5.4)다. 13위인 홍콩(8.4)과 17위인 일본(7.8)에 한참 떨어진다. 전직 대통령이 부정에 관련된 혐의로 조사받다 자살했고 박연차 게이트로 총리지명자가 사퇴하고 여러 명의 국회의원이 옷을 벗은 나라이다 보니 부패지수가 향상될 리가 없다.

부패근절 없이는 진정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설 수 없다. 원래 부패근절은 자율적이라야 하지만 한국인은 체질상 어렵기 때문에 싱가포르처럼 지도자가 강력한 타율적인 방법을 택하는 수밖에 없다. 돈 좀 벌었다 해서 선진국대접을 받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 따르는 격이 갖추어져야 한다. 부정을 단속하는 경찰청장이 부정하는 나라라면 이집트와 오십보백보 차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