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추세츠의 렉싱턴과 콩코드에 가면 장총을 든 민간인 미니트맨 동상이 자주 눈에 띈다. 미니트맨은 미 독립전쟁 때 정확한 사격술로 영국군의 두려움의 대상이 된 미국 민병대원이다.
미국에는 원래 정규군이 없었다. 독립전쟁이 끝난 후 미니트맨들은 총을 지닌 채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이들은 농사를 짓다가도 인디언이나 영국군의 공격이 있으면 자기의 총을 들고 현장에 달려가 싸웠다. 미국의 국방개념은 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전쟁나면 농민들이 총 들고 나가 싸우고 전쟁이 끝나면 귀가하는 민병대 시스템이었다.
미 수정헌법 제2조에 “규율 있는 민병은 국가의 안전에 필요하므로 시민이 무기를 휴대하고 관리하는 권리가 침해되어서는 안된다”라고 못 박혀있는 이유도 미국 국방이 민병대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다. 미국은 세계 최강의 정규군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총기를 소유할 권리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인정해 수정헌법 제2조를 폐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총기제조회사와 NRA(총기협회)의 막강한 정치파워 때문이다. NRA에 잘못 보이면 국회의원 당선에 고전을 치르게 됨으로 의회에서 총기단속 문제는 항상 적당히 넘어간다.
가장 아이러니컬한 것은 이번 애리조나 투산에서 저격당해 사경을 헤매고 있는 가브리엘 기퍼즈 연방하원의원이 총기소유 지지자라는 점이다. 기퍼즈 의원은 2년 전 대법원에서 총기소유를 불법화하지 못한다는 판결이 나왔을 때 “총기소유는 애리조나의 전통”이라며 이 판결을 열렬히 지지했었다. 총기지지 하원의원이 총기남용의 피해를 입은 것이다.
문제는 변질된 이 수정헌법 제2조의 권리를 정신질환자도 누릴 수 있는 미국의 현실이다. 이번 애리조나 총격사건에서 유대계인 기퍼즈 의원의 머리를 쏘고 6명의 시민을 살해한 제러드 러프너도 정신질환자다. 그는 정신문제로 대학교에서도 강제 휴학 당했으며 육군입대도 거절당했다.
이 같은 문제의 청년이 어떻게 백그라운드 체크 없이 총기를 살 수 있었느냐가 미국시스템의 구멍이다. 학교나 육군에서 총기구입 백그라운드 체크기구인 NICS에 보고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레이건에 총격을 가한 존 힝클리, 3년 전 버지니아텍 대학에서 무차별 난사로 30여명의 사상자를 낸 조승희도 모두 정신질환자였다. 더구나 힝클리의 범행 동기는 여배우 조디 포스터에게 깊은 인상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니 어이가 없을 뿐이다.
미국에는 항상 시대의 물결이 있다. 50년대에는 매카시 선풍이, 60년대에는 반전운동이. 그리고 2010년대에는 증오가 섞인 극우 선풍이 일고 있다. 게다가 무슬림과의 대립시대다. 만약 이번 애리조나 사건의 범인이 무슬림이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중동계 미국시민들에 대한 증오로 번질 것이다. 북한을 염두에 둔 코리안의 입장에서는 상상만 해도 두렵다.
현재의 극우 선풍은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를 극도로 증오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2년 전 보험개혁안 설명을 위해 오바마가 피닉스에서 연설했을 때 AR-15 자동소총을 가진 백인청년이 현장에서 잡혔으며 같은 달 뉴햄프셔의 타운홀 미팅에서도 권총을 몸속에 숨겨 들어온 청년이 오바마에 접근하려다 체포 되었다.
총기소유가 합법으로 되어있는 한 지금과 같은 증오 분위기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미국민들 사이에 오바마 암살기도에 대한 우려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