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자서전이 출판되어 지난주부터 전국 시내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대통령마다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면 으레 자서전을 내놓지만 이번 부시 자서전만큼 흥미진진한 회고록은 드문 것 같다. 자서전이라기보다는 스릴러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9.11 사태와 이라크 침공의 배경 등 평소 우리가 궁금하게 생각하던 내용들에 관해 부시는 비교적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다. 스릴러를 연상케 하는 이런 에피소드도 있다.
9.11 다음날 부시가 백악관 침실에서 자고 있는데 보좌관이 헐레벌떡 문을 두드리며 “대통령 각하, 신원미상의 전폭기가 백악관을 공격하려 하고 있습니다. 빨리 피하십시오”라고 소리 질렀다. 부시는 재빨리 부인 로라 여사의 손목을 붙잡고 백악관 지하상황실인 PEOC로 이동했다. 얼마나 급했던지 로라 여사는 안경도 잊었으며 부시가 다시 돌아와 애견 바니를 챙겼다고 한다. 10분후 이 소동은 미군 F16 전투기가 포토맥 강을 저공비행 하면서 시그널에 응답하지 않은 것이 괴물체의 백악관 접근으로 오판된 것으로 드러났다.
정말 쇼킹한 해프닝은 9.11사태 한달 후인 10월 중순 중국의 상하이에서 일어
났다. 부시는 상하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정상회담에 참석 중이었는데 미국에 있는 딕 체니 부통령으로부터 급한 전화가 왔다. 체니 부통령은 떨리는 목소리로 “미스터 프레지던트, 백악관 건물 내에 세균전에 사용하는 보투리너스균이 퍼져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백악관에서 회의를 한 각하와 참모들의 전염이 걱정 됩니다”라는 것이 아닌가. CIA 수행원을 불러 보투리너스균이 무엇이냐고 질문하자 “세균전에서 가장 독한 균에 속하며 전염된 사람은 생존 가망성이 없다”라고 대답했다. 대책을 물으니 “지금 쥐에게 그 세균을 실험 중인데 24시간 후에 결과가 나온다”고 했다. 부시는 어이가 없었다. 콘돌리자(안보보좌관)는 “이렇게 죽는 것도 국가를 위한 봉사”라며 자신은 각오가 되어있다고 했다. 부시와 파월 국무장관 등 일행은 그날 밤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다음날 백악관에서 연락이 왔다. 백악관의 건물 내에 설치한 세균탐지기의 오작동이었다는 보고였다. 왜 오작동이 일어났는가에 대해서는 부시는 자서전에서 밝히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전혀 이 소동을 눈치 채지 못했던 모양이다.
후세인은 왜 이라크가 WMD(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으면서도 갖고 있는 것처럼 허풍을 떨었을까. 부시는 이에 대해 “후세인은 이란을 견제하고 다른 중동국가들에 군림하기 위해 쇼를 했으며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줄은 정말 몰랐다고 사로잡힌 후 FBI 수사관에게 고백했다”고 말하고 있다.
‘Decision Points’라는 타이틀(497쪽)로 출판된 부시 자서전은 흥미진진하다. 그러나 부시는 이라크가 WMD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UN 검사단의 보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라크 침공을 감행 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CIA의 오판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또한 여러 참모들이 이라크 침공을 우려했으나 부시가 이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말이 없다. 그리고 CIA가 9.11사태 일어나기 한달 전 알카에다가 미국본토를 공격할 것 같다는 보고를 했음에도 대비를 소홀히 한 대통령의 책임에 대해서도 언급을 피하고 있다.
재미는 있는데 부시가 과연 대통령 감이었나를 생각하게 하는 자서전이다. 부시는 너무나 즉흥적이고 감정적이었으며 원리주의 크리스천들이 갖는 편견을 지니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부시는 무능한 대통령이었다. 그의 자서전을 읽은 소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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