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는 공화당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누구를 지지한 선거가 아니라 누구를 반대한 선거라는데 문제가 있다. 공화당이 좋아서 찍은 것이 아니다. 민주당이 미워서 공화당을 지지한 것이다.
누가 이번 선거에서 가장 미움을 받았을까. 오바마 대통령? 바이든 부통령? 클린턴 국무장관? 아니다. 오바마는 미움의 대상 서열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1위는 펠로시 연방하원의장이다. 전국적으로 펠로시를 빗댄 공화당의 민주당 비난광고가 20만 건에 이르렀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심지어 민주당 후보들은 펠로시가 자기 선거구에 나타날까 봐 “펠로시를 오지 말게 해달라”고 선거본부에 부탁하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펠로시가 극도로 미움을 받은 이유는 건강보험 개혁안 통과를 둘러싸고 그가 보인 초강경 자세 때문이다. 물론 공화당이 하원의 다수당이 되면 펠로시는 의장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그러나 의장직에서 물러난 그가 민주당의 리더로 다시 떠오르지 못하고 추락한다는데 그의 고민이 있다. 어쩌면 펠로시는 정계를 은퇴할 런지도 모른다. 그는 여성으로 미국 최초의 국회의장이 된 역사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화려한 등장에 비해 퇴장이 너무 초라한 모양새가 될 것 같다.
반대로 이번 중간선거를 통해 수퍼스타가 된 정치인이 있다. 바로 새라 페일린이다. 지난번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 부통령후보로 등장했던 그는 “페일린 때문에 매케인이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미숙한 점이 많은 정치인이었으나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페일린 돌풍’을 일으켜 2012년 대선의 유력한 공화당 대통령후보 물망에 오를 정도로 정치무대에서 비약하고 있다.
페일린은 알래스카 주지사직에서 과감하게 사퇴한 후 공화당 평당원으로 돌아와 전국을 돌며 강연하던 중 ‘티파티’ 운동을 만나 그 물결을 타고 극우파 리더로 새로 태어난 것이다. 사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오바마와 빌 클린턴 등을 간판스타를 내세웠지만 공화당은 이렇다 할 인물을 내세우지 못해 얼굴이 없었다. 여기에 페일린이 티파티를 등에 업고 공화당의 잔다르크 역을 해낸 것이다. 전국에서 공화당후보들이 페일린의 지원을 요청해와 펠로시 기피 바람과는 너무나 대조를 이루었다.
페일린의 인기는 그가 보수주의자들 중 민초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는데 뿌리를 두고 있다. 그는 공화당 기성세력에 등을 돌리고 시종일관 보통사람들을 중심으로 한 보수주의 원칙론을 외치고 있다.
그는 공화당의 신인 정치인, 특히 여성후보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 낸 페일린 돌풍의 대표작이 델라웨어주 공화당 연방상원 예비선거에서 무명의 크리스틴 오도넬이라는 젊은 여성이 주지사를 역임하고 연방하원을 지낸 거물 마이클 캐슬을 꺾은 사건(?)이다. 이 때문에 페일린은 공화당 기성 정치인들의 미움을 사고 있다.
공화당 고참들 가운데는 페일린이 대통령 후보로는 자질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공화당에는 페일린 이외에는 대중적인 인기를 끌만한 수퍼스타가 없다. 이번 선거에서 페일린은 공화당의 얼굴이었다. 2008년의 오바마 돌풍과 맞먹는 공화당의 수퍼스타 탄생이다. 페일린의 운명은 앞으로 오바마의 인기가 얼마나 더 하락하느냐에 함수관계를 갖고 있다. 오바마의 인기가 떨어질수록 페일린의 인기는 상승할 것이다. 그리고 그 여세를 몰아 공화당 대통령후보에 도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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