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 대통령의 아버지 조세프 케네디는 부자였다. 그래서 선거 때만 되면 민주당 보스턴 지역구 하원의원과 매서추세츠 주 상원의원 입후보자들이 몰려와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그는 돈을 내놓으면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상대방에게 이렇게 물었다. “자네 내 아들이 입후보 하면 그때 당신 자리를 양보할 텐가?”
후보들은 조세프 케네디의 아들들이 당시 중고등 학생들이었기 때문에 웃으면서 쾌히 그 약속을 받아 들였다. 그런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존 케네디가 해군에서 제대하고 귀향하자 아버지인 조세프 케네디는 지역 하원의원인 제임스 컬리를 불러 “당신이 약속 지킬 때가 되었소”라며 그 자리를 자기아들에게 양보할 것을 독촉했다. 제임스 컬리는 약속대로 물러났다(그는 후일 케네디가의 도움으로 보스턴 시장이 되었다).
존 F 케네디는 이래서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하원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발을 들여 놓았으며 몇 년 후에는 상원의원이 되었다. 이 이야기는 케네디가와 가까운 전 연방하원의장 팁 오닐의 자서전에 나오는 에피소드다.
미국 총선거에서 국회의원이나 지사에 당선 되려면 두 가지 조건 중 하나는 갖추어야 한다. ‘돈이 있거나, 이름 있거나’다. 돈 있다고 꼭 당선되는 것은 아니지만 돈 없으면 낙선한다. 또 아무리 돈이 있어도 이름이 없는 인물이 유명인사를 꺾는 것은 힘들다. 이번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공화당의 멕 휘트먼 후보가 1억4,000만달러라는 엄청난 돈을 쓰고도 민주당의 제리 브라운후보에게 고전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올해 총선거에 쓰여진 돈은 현재 20억달러에 이른다. 선거사상 유례없는 기록이다. 그런데 불경기라면서 왜 이렇게 선거판에는 흥청흥청 돈이 나도는 것일까. 이 엄청난 선거후원금의 상당부분이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외부 이해관계 단체의 자금이라는 사실이 관심꺼리다. 돈 있는 사람일수록, 대기업 간부일수록 오바마를 싫어하며 그 대부분이 백인이다. 이들은 월가를 규제하고 망해가는 GM을 살리고 건강보험제도를 바꾸는 ‘연방정부의 힘의 팽창’에 겁을 집어먹고 있다.
올해 총선거이슈가 도대체 무엇인가. 실업률 증가? 주택경기 하락? 아프간 전쟁? 아무도 시원하게 대답을 못한다. 많은 사람들이 실업률 증가에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세금을 낮추면 실업률이 회복되고 부동산경기가 과연 풀릴까? 천만의 말씀이다. 그렇게 하면 경제가 더 나빠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공화당의 승리가 예상되고 있지만 바로 그 승리가 공화당이 빠지는 함정이다.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주지사 수를 늘렸으면 경기가 좋아져야 할텐 데 더 나빠질 경우 공화당은 국민에게 무엇이라고 변명할 것인가.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과 민주당이 다수인 상원이 대립만 계속하고 의회가 사사건건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늘어지면 “공화당 때문에 아무것도 안된다”는 비난이 국민들로부터 터져 나올 것이다.
오바마를 공격하는 공화당과 ‘티파티’에 대안이 없다. 미국이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방향제시가 없고 그저 열기와 불만과 증오만 가득할 뿐이다. 티파티의 목소리는 “흑인 대통령 빨리 물러나라”는 인종적인 혐오로 포장되어 있다.
오바마의 임기는 아직도 2년이나 남아있다. 티파티와 오바마의 갈등에 미국이 뒤숭숭하고 불안하다. 이슈가 없다. 보통사람들은 선거의 이슈도 잘 모른 채 투표장에 나가 누군가를 찍어야 하는 것이 이번 총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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