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한국의 모습이 심각하게 왜곡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소속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은 21일 외교통상부 국감에서 `로스트’ `24’ `CSI’ 등 미국 드라마에 등장하는 한국의 모습을 소개했다. 한국인 여배우 김윤진 씨가 나오는 `로스트’에는 한강이 작은 개천 수준이고, 한강대교는 개천 위에 놓인 낡은 다리처럼 묘사됐다. 경남 남해라고 나오는 지역에선 어부가 베트남 전통모자를 쓰고 있었다.
심지어 한국 내에서 총기 소지가 허용되고 아내가 남편의 성을 따르는 장면도 나온다. `24’에서 서울은 가혹한 고문이 자행되는 곳으로 그려졌다. `CSI’에서는 미국 내 한인타운이 배경인 에피소드에서 북한 노동당에 충성한다는 내용의 북한 가요가 배경음악으로 흐른다. 도저히 그냥 넘기기 어려울 정도로 그릇되게 그려져 있는 것이다. 참으로 어이없고 황당한 일이 아닐 수없다.
이들 드라마는 미국에서만 회당 1천만 명 이상이 시청하고 세계 각국으로 수출돼 수억 명이 볼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약어로 `미드’로 불리고 있으며 영어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말까지 퍼지면서 드라마 방송시간만 기다리는 `미드폐인’이란 말이 등장할 정도다.
"대중문화의 엄청난 파급력을 생각한다면 세계인의 뇌리에 박힌 대한민국은 G20 유치나 원전 수주보다는 이처럼 미드 속에 담긴 왜곡된 모습에 가까울 것"이란 홍 의원의 지적에 전적으로 수긍이 간다. 얼마 전 외국교과서에서 한국에 대해 기술된 내용의 오류도 심각하다는 국감 자료가 나왔다. 한국을 `국제원조를 받고 있는 나라’라거나 `군 출신에 의해 통치되는 나라’라고 분류해놓는가 하면 아예 `포르투갈의 식민지’로 표기한 황당한 내용도 있었다.
문제는 미국 드라마나 외국 교과서 속에 비친 `잘못된 한국’의 이미지가 이번에 처음 발견된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일일이 열거하긴 어렵지만 드라마 뿐 아니라 토크쇼나 영화에서도 한국을 비하하거나 왜곡한 장면이 때때로 우리를 곤혹스럽게 만들곤 했었다.
외국교과서 오류문제도 벌써 몇 년째 국회 국정감사가 열릴 때면 도마 위에 오르곤 했지만 개선됐다는 얘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특히 외국 드라마나 영화의 경우 잘못 그려진 한국 이미지를 바로잡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이러저러한 노력을 펼쳤다는 얘기가 나온 적이 없는 것 같다. 외교통상부나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부처의 분발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한국은 불과 반세기 만에 전쟁과 빈곤을 이겨내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해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 안팎인 선진국 대열로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개도국에서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그런 만큼 세계 속에 자랑할 것도 많다.
하지만 외국인들에겐 아직도 원조를 받는 가난한 나라이거나 잔혹한 고문이나 하는 미개국가로 알려져 있다. 그들이 자주 접하고 공부하는 드라마나 교과서에 그렇게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세계인의 뇌리에 한국의 달라진 위상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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